이재오 특임장관은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들아, 가슴 속 깊이 분노가 치밀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하늘을 보고 ‘허허허’ 하고 웃어 보아라”라는 글을 띄웠다.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허 참 그게 아닌데’ 하고 웃어넘겨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당내에서 불거져 나오는 주류 퇴진론에 대한 불쾌함을 나타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날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는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류의 2선 퇴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처럼 4·27 재보선 참패 이후 한나라당 주류에 대한 차거운 시각이 이재오 특임장관의 퇴진론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집행부, 청와대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여권진영인 당·청·정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을 추스를 수 있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표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할 것을 결정하자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아예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잘라 말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박 전 대표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음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이겨서 재집권하는 게 가장 절실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재보선 참패로 더 더욱 박 전 대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친박계에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당사자인 박 전 대표가 나설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가 당내에서 정치적 움직임을 재개할 경우 당의 주류인 친이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져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또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내년 총선에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박 전 대표의 정치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수도 있다. 이는 대선과 맞물려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출국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구체적인 것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만 4·27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이번 선택은 한나라당 전체의 책임이며, 저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섰다. 그는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 아니발 카바쿠실바 포르투갈 대통령,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 등을 만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특사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 지난해 8월에 협의한 정권 재창출의 연장선상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이 결정지어질 것 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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