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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년월일 : 2018-11-19 09: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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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기자의 감빵소설] DJ의 '옥중 서신'으로 유명해진 청주교도소(9)
▲ 1997년 2월, 필자가 서울 동교동을 방문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취재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 : 이광호 한국인터넷뉴스 / 발행인

 

 

이대한과 청주교도소는 인연이 매우 깊은 곳이다.


이대한은 80~90년대 지역 언론인 M, J 등을 면회하느라 청주교도소를 드나들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임수경 전 의원, 장영자 씨 등이 수감생활을 할 때 이곳을 찾아 취재한 곳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이때 인연으로 2009년 8월 타계할 때까지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김 전 대통령을 취재해 세상에 알렸다.


김 전 대통령이 사형수 시절, 청주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는 동안 부인 이희호 여사와 가족들에게 보낸 서신들이 책으로 출간돼 ‘인간 김대중’을 알 수 있게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청주교도소를 출옥해 정치 활동을 재개하던 1996년 가을, 충북대 강의를 위해 청주에 내려오셨을 때 저녁 식사를 중국집 '청마루' 에서 함께 하게 되었다.


이대한이 지난번 동교동으로 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취재차 방문했을 당시, 김 총재님이 충북 여론 향방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내시며 다시 만나기로 했었다.


이대한은 주변 인사들을 뒤로 물리고 김 총재와 마주 앉았다. 이대한은 김 총재에게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 지역에 대한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양해를 시작으로 입을 뗐다.


“지금 김 총재님의 충북 지지도는 약 8.6%인데 청주의 경우는 김 총재님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하셔도 떨어지십니다.”며 직언을 했다.


김 총재는 눈을 지긋이 감고 듣고 있다가 아주 짧게 한마디 한다. "그럼 대안은.. 요?" 그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했지만, 이 답을 듣지 않고서는 자리를 뜨지 않겠다는 굳은 표정이다.


사실상 기자가 더 이상 답변 할 능력이 없다. 아니 답변할 이유가 없다. 정치 전문가도 아니고 정치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상대는 정치 9단의 노련한 정객이다.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는 거지...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그러나 내년에 있을 15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예상 후보자들의 인지도를 취재한 것을 토대로 일부 공개키로 마음먹었다.


이대한은  "총재님, 이 지역에서는 총재님을 빨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래쪽에서는 김 총재님을 대통령 병에 걸린 문딩이라고 합니다."


이대한은 다음 얘기를 하여야 할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음~ 이 문제를 해결하시려면 충청권의... 김종필 총재님과 손을 잡으시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김대중 총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짐짓 놀라는 표정이다. 그동안 김 총재를 알아왔지만 이 같은 반응은 처음이다,


이대한은 말을 잇는다 “총재님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님이 손을 잡을 경우, 여론조사로는 약 16% 정도 나옵니다. 물론 대선에서 이기시려면 20% 중반대는 되어야 하겠지만 두 분이 손을 잡았을 경우, 빨갱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고 호남과 충청권의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의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김 총재는 옆방에 물렸던 참모들을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대한은 얼른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천기를 누설한 것이다. 세상이 한번 요동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런 일이 있은 지 4개월 정도 지난 후인 1997년 2월 중순, 15대 대통령 선거에 따른 후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찾았다.


우리 일행이 들어서자 김 후보는  "나 보고 빨갱이라고 말한 사람 왔으니 얼굴 좀 보라" 며 이희호 여사에게 내가 왔음을 알렸다. 이희호 여사는 친절하게 "오셨어요, 저는 요즘 발목이 시근~시근거려 잘 걸을 수가 없어서 야단났어요" 라며 얼마 남지 않은 선거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때 김 후보가 찻잔을 탁자에 놓으며 운을 뗀다.


“이 국장, 난 이 국장을 믿어요, 옆에 있으면 내 마음이 든든해... ”


“그래서 말인데 내가 오늘 이 국장에게 공개할게 하나 있어..,”
 

그랬다, 김대중 후보에게는 아킬레스건 2가지가 있는데 항상 그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하나는 빨갱이라는 악성루머와 또 하나는 동교동 지하 금고에 현금과 금덩어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소문이다.


이대한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럼 지하실 금고를...? 아니면 상대방 후보에게 결정타 한방을...?


그의 말은 계속된다, “사실은 오늘 이 국장이 수고 좀 해 주어야겠어... 나를 좀 잡아줘요,” 그리곤 그가 앞 장을 선다. 두 사람이 함께 내려가기엔 비좁은 지하를 이대한의 부축을 받으며 한발 한발 아주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시중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교동 지하 금고의 정체가 이대한의 눈앞에서 공개되려는 순간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돈뭉치와 금덩어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감마저 든다. 이대한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 당선 유력후보가 정치자금과 관련해 금고를 전격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특종감이다.


이대한은 부푼 가슴을 억제하며 금고문 앞에 섰다.


드디어 육중한 대형 금고 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다. 이대한은 바짝 긴장하며 다가서서 금고 안을 살폈다, 위쪽엔 서류들이 쌓여 있고 아래쪽엔 돈다발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시중에 알려진 소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문대로 산더미처럼 쌓인 돈뭉치와 금덩어리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대한이 잔뜩 기대했던 돈뭉치와 금덩어리의 행방을 생각하며 혹여나 제2의 장소가 있지 않나? 하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이 금고뿐이다.


이대한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뚫린 공간에 다른 금고가 연결되어 있나 하고 사방을 주먹으로 탕! 탕! 쳐보았지만 빈 공간을 발견치 못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김 후보는 겸연쩍게 한마디 한다. “어허! 이 국장 그만해요, 이 돈이면 이번 선거는 충분해...” 이대한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선이 코앞인데 이 정도 선거자금으론 도저히 대선을 치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김 후보를 부축하며 응접실로 올라왔다.


이대한은 준비해간 질문은 생략한 채 바로 대선 자금과 관련해 직격 인터뷰에 들어갔다. 어쩔 수 없는 직업의식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 “총재님, 오늘 공개하신 이른바 ‘동교동 지하 금고 공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항간에 김 총재님이 전국구와 국회의원 공천 당시,  공천장사로 선거자금이 산더미처럼 금고에 쌓여 있다고들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소문과는 딴판이니 누가 믿겠습니까? “


이대한이 정색을 하며 묻는 질문에 김 후보는 논리 정연하게 대응한다.


“물론 선거에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자금이 그렇게 많이 필요치 않은 선거입니다. 이번 선거는 여야간 평화적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선거입니다. 그래서 전번 전국구와 국회의원 공천 당시 자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줄 돈 있으면 대선 때 열심히 도와달라고 도리어 부탁했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몰아 쉬며 이대한을 이해시키고 있었다 아니 국민을 이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부탁한 것이 이번에 큰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잘 되고 있는 징후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김 후보는 오래전부터 지하 금고를 공개하려 했지만 모든 것은 ‘사필귀정’이라며 때를 기다렸다고 했다. 이대한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으니 대선 정국에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자니 국민이 믿을 리가 없겠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언론인으로서의 직무유기로 이대한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이대한은 결국 정치 9단인 김 후보의 학습효과로 때를 기다렸다가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것은 사필귀정이니까,


그해 10월, 김종필 총재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있다며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졌고, 같은 해 12월 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었다, (계속)


 

기사입력시간 : 2017-10-21 10:55:20
글쓴이 : 한국인터넷뉴스 이광호 /  [한국인터넷뉴스 이광호]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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