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의장 김광수)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국비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어이없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도의회는 10일 제325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재적 도의원 35명 중 33명이 출석한 가운데 '가칭 진천 단설유치원' 설립을 위한 예산안을 심의했다.


앞서, 예결위는 지난 6일 '2014년도 충북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가칭 진천 단설유치원 설립예산' 78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수정안 제출을 주도한 장병학 교육의원은 "진천 유치원 설립사업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 학부모의 90%가 찬성한 것이고 (사업의)타당성도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그런데도 의회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니 전체 의원의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사업을 도의회가 거부함으로써 힘들게 확보한 국비를 반납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열린 본회의 비밀투표에서 33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3표, 반대 20명로 최종 삭감이 결정됐다.


이로써 예결위가 본회의에 넘긴 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은 수정없이 원안대로 의결됐고 도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받기로 돼있는 국비 78억원을 고스란히 반납할 수도 있는 처지로 몰렸다.


도 교육청과 진천교육지원청은 유아 무상교육과 누리과정 확대로 미취원 어린이 취원 증가에 대비해 2015년 3월 개원을 목표로 10학급 177명 규모의 단설유치원 설립을 추진했다.


교육청은 진천읍 장관리 일대 2696㎡의 터를 사들이기로 했으나 도의회에서 관련 예산 삭감으로 단설유치원 설립은 물거품이 됐다.


이날 본회의를 방청한 진천 삼수초·상산초 학부모 10여 명은 진천이 지역구인 도의원과 도의회를 맹비난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도의원들이 이기용 교육감을 겨냥해 국비예산을 삭제하는 어이없는 진풍경이 일어나자 이를 지켜본 도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 이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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