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캄보디아 푸놈펜에서 킬링필드 악몽과도 같은 인권유린 현장을 체험한 사연이다.


한국인 남성과 캄보디아여성과의 맞선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20여명의 경찰이 들이닥쳐 필자일행 5명(이하“감방동기생”이라 칭함)과 20여명의 현지여성들을 경찰서 연행했다.


아무런 해명도 없이 소지품(현금, 여권, 지갑)일체를 몰수하고 유치장에 강금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낯설은 타국에서 외부와 열락이 차단된 상태로 유치장에 강금된 상태라 불안하고 초조했다. 감방동기생들은“Please, Call Korea-embassy !"를 외쳐대며 한국대사관에 연락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누구도 대답이 없다. 우리의 처절한 외침은 여지없이 묵살당한 셈이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천장과 벽을 기어다니는 작은 도마뱀과 개미, 바퀴벌레들이 우굴거리는 유치장 환경은 마치 킬링필드의 한 장면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2평 남짓한 직사각형 구조의 유치장은 출입문 반대편에 칸막이도 없는 화장실이 위치해 있고, 그 옆으로 수도와 프라스틱 통과 바가지가 놓여 있다.


벽에는 여기 저기 알 수 없는 낙서와 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벽 상단 굵은 쇠창살로 막힌 작은 창문을 통해 햋빛이 들어오고 있다. 바퀴벌레가 우굴거리는 콘크리이트 바닥의 3분의1 쯤 허름한 비닐돗자리가 깔려 있다.


필자일행 6명(이하“감방 동기생”이라 칭함)과 현지인 피의자 2명이 함께 사용하기에는 감방이 턱없이 비좁았다. 낮에는 퀘퀘한 화장실냄새, 땀냄새, 발냄새, 음식냄새가 진동하는 비좁은 감방에서 땀을 흘리며 무더위를 견뎌야 했고,


밤에는 이불, 베개도 없이 긴긴밤을 개미들, 모기들과 싸워야 했다. 감방 동기생들의 이야기는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까지 이어지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침이 밝았다. 어린아이 소변줄기처럼 가늘게 떨어지는 수돗물로 고양이 세수하듯 얼굴과 손을 씻는 것으로 세수를 마쳤다.


양치질과 면도, 비누거품에 샤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시원한 맥주한잔이 너무도 간절하다. 소일거리가 없는 유치장의 하루는 너무도 지루했다. 배가 고프다. 그러나 아침식사를 줄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악몽에서 빨리 깨나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49살 노총각의 반야심경 독경소리를 위로 삼아 배고품을 달래고 있다. 시계 바늘이 12시를 가르키고 있는데 아침식사를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3시경 현지업체 사장과 직원이 불려 나갔다. 남은 일행은 서로를 위로하며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불려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지옥같은 감방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반갑게 그들을 맞았다.


경찰간부는 $50,000-(환화 6천만원)를 내지 않으면 법원으로 넘기겠다고 협박하더니, 최종 $15,000-을 내라며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결론은 돈이다. 남은 일행도 불려나가 1인당 $5,000-를 요구하더니, 최종 1인당 $2,000-를 내면 풀어주겠다고 회유했다.


오후 2시경 현지식사(볶은밥 종류)와 물이 공급되었다. 너무 배가 너무고파 맛이 있고 없고를 따질 형편이 아니다. 게눈 감추듯 한 그릇을 비우고 물을 마시니 살 것 같다.


또다시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진다. 이때, 긴 행열을 이루며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개미군단이 작은 곤충을 잡아 창문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천장에 붙어있던 도마뱀이 살금살금 곤충을 향해 접근하더니 이내 긴 혀로 낼름 삼켜버린 후,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약육강식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현지경찰이 약자인 우리 돈을 갈취하려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우리는 한사람씩 불려가 겨우 몇 개의 단어를 나열하는 유치원 수준에도 못미치는 통역을 통해 취조를 받은 후, 크메르 문자로 쓴 조서의 하단에 서명을 하고 지장을 찍으라는 강압적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하고 열손가락 모두 지장을 찍은 후 유치장으로 돌아왔다.


오후 8시 30분경 점심과 현지식사와 물이 공급되었다. 맛없는 밥이지만 억지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또다시 지루한 기다림의 긴 시간이 이어진다. 현지 한국대사관, 현지업체, 한국의 가족과 회사직원들이 오늘까지는 기다리겠지만, 내일은 백방으로 수소문할 것이기에 즉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 믿고“오늘밤만 고생하자”며 서로를 위로하며 잠을 청했다.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비좁은 유치장에 더위가 밀려온다. 여전히 퀘퀴한 냄새가 진동한다. 아침식사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물을 달라고 “Water Please!" 를 외쳐 댔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다.


49살 노총각의 구성진 독경소리가 시작되었다. 볼을 두드려 장단을 맞추는 반야심경은 제접 그럴사 했다.


11시경 현지사장이 불려 나갔다. $18,500-(한화 2천만원)를 넘겨 주고난 후, 남은 사람들 모두 불려 나갔다.


현지회사의 간부가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로 찾아와 경찰간부에게 영장없이 한국인을 강금시킨 사실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따지고 있었다.


또한 한국대사관의 영사도 경찰서장을 만나러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제 살았구나 !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후, 우리는 모두 풀려났다.


● 필자 한 익 환 H.P : 017-263-3661
?세계결혼정보 대표
?한국다문화결혼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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