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사회인 북한에서 차별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뉴포커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탈북자들은 북한에는 삶뿐만 아니라 죽음도 계급이 있다고 증언했다.


2011년 탈북한 무산 출신 정진화 씨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동네 형님이 기계공장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면서 "이 죽음을 두고 동네에서 많은 소문이 돌았다"고 증언했다.

정진화 씨는 "형님은 개인적인 일을 하다가 사망한 것도 아니고 작업을 하는 도중에 사망했는데도 기계공장에서는 죽음 자체를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개인의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고 공장의 잘못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가 됐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전했다.

정진화 씨는 "북한에서는 살아갈 때 토대(출신성분)로 인한 차별을 받지만 죽어서도 이 차별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형님은 아내와 어린 딸 두 명을 남겨두고 떠났는데, 남은 가족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내가 억척같이 장사를 해서 겨우 살아갔다"면서 "형님이 일반 사람이 아니라 간부였다면 남은 가족이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탈북한 평성 출신 김혁배 씨는 "간부 사망은 일반 주민과 다르게 처리된다"고 말했다. 김혁배 씨는 "간부는 사망해도 국가의 공로를 세운 것처럼 부각된다. 열렬한 당의 충신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래서 유가족에게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한 마디로 남한의 '국가유공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혁배 씨는 "보위부가 근무를 서는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거나 출장길에 사망한 경우, 이 죽음은 매우 명예롭게 처리된다"면서 "훈장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부가 사망한 경우에는 열사증이 주어지는데, 북한에서 열사증은 만능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또 "사망한 간부의 자녀들은 북한의 1%가 다니는 학교인 만경대혁명유자녀학원, 강반석혁명학원, 새날혁명학원 등에 입학하기도 훨씬 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생들이 성장해서 간부가 되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신분우대는 죽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대까지 유지된다. 때문에 간부 자녀는 간부가 되고 농장원 자녀는 농장원이 된다, 수령만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간부도 세습되는 세습공화국이다."고 말했다.


뉴포커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정진화 씨와 김혁배 씨는 북한에서는 죽음에도 계급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이들은 "출신성분이 죽음까지도 지배하는 사회가 북한"이라면서 "아직까지도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고향의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 최다미 기자


저작권자 © 한국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