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기자] 은행 직원에게 다른 사람의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서울중앙지법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거래법) 6조 1항 등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씨는 은행 직원인 B씨에게 다른 사람의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금융실명거래법 4조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거래정보 등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법 6조 1항은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A씨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해당 법 조항들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봤다.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계좌번호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고도 했다.


헌재는 A씨와 같은 일반인이 금융거래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거래정보는 보호해야 할 사생활에 해당하지만, 그것을 알려달라고 한 행위 자체가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거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금융기관 직원과 달리 일반인은 금융거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정보 제공을 요청해도 금융기관 직원이 유출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금융거래는 은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거래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금융기관과 그 종사자가 정보를 유출하는 것만 처벌하면 된다는 점도 언급됐다.


돈을 잘못 입금해 돌려주려 계좌번호를 묻는 행위 등 정보 유출과 무관한 사안까지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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