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윤석열이 조용하다. 추미애 장관이 직무배제명령을 하자 행정법원에 취소신청을 해서 대검에 복귀하던 날의 당당하던 모습은 없어졌다.


행정법원에서 1차 승리를 한 것도 대단하지만 2차 승리도 그에 못지않게 엄청난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주도한 징계위에서 정직 2개월을 받고, 이것을 취소해 달라는 신청이 인용되던 날 윤석열은 1차 때처럼 대검 정문으로 등청해 대국민 담화라도 발표할 것으로 알았다.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지하 주차장을 통해 조용히 등청해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마찰을 줄이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기세등등하게 정문으로 등청해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는 말을 하는 모습이 그를 지지하는 국민에겐 쾌감을 주었겠지만, 그를 적대시하는 세력에겐 두렵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이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으로 비쳤을 것이고, 대선을 향한 준비로도 보였을 수 있다. 윤석열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의 자숙은 그를 견제하는 세력에게도 감지되었는지 논란이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물론 아직도 여권 일부에서 윤석열을 탄핵하자거나, 검찰의 수사권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부 극열층의 소수의견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요즘 윤석열의 이름이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다. 모처럼 신문에 윤석열 총장이 등장했다.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뭉개는 안양지청의 배당을 취소하고, 조국을 기소한 수원지검에 재배당했다는 기사였다.


통상적인 업무였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이름값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의 이름은 어떤 의미를 상징할까? 부정한 것을 보면 그게 살아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사법처리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부정을 상징하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을 상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속함으로써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서 수백 명의 전 정권 고위직 인사들을 구속함으로써 조선시대의 사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적폐청산을 했다.


그때는 문재인 정권에 잘 보여서 출세하려는 것으로 알았다. 실제로 일선 지청장급이던 윤석열이 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더니 일약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시골 면장이 행정자치부 장관에 오른 것에 비유할 수 있는 파격인사였다. 그런 윤석열이 문재인 정권에서 정권보위를 위해 전력을 다 할 것으로 알았다.


그런 상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정권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청와대 7개 부서가 역할을 분담해 총력지원에 나섰던 울산시장 선거공작을 수사해 기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윤석열이 문재인 정권의 충견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민이 환호했던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사실 이런 일은 야당이 담당해 주어야 하는 것인데 야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라도 나서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시위도 할 수 없었다. 일부 보수언론에서 저항하고 있지만 아우성에 그칠 뿐이다.


이런 무력감을 채워준 게 바로 윤석열이었다.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차라리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아서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싶은 심리를 채워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로 등장한 것이고, 맨 처음 2, 3%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급속히 상승하더니 단연 1위를 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이 탄압받는 소식을 들으면서 흥분했던 것이고, 그가 행정소송에서 승리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환호했던 것이다.


문제는 정작 윤석열이 잠잠해진 것이다. 윤석열이 대선후보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것은 정권비리를 수사하다가 추미애 장관의 인사학살 등으로 지체되고 있는 사건들을 어떻게든 활성화해 매듭 짓는 것이다.


그게 윤석열 다운 일이다. 그게 바로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윤석열은 하극상을 하다가 적당히 타협하고만 약삭빠른 검찰총장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대권후보 1위라는 영예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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