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 칠라이바"


아내는 가끔 중국말을 한다. 중국어 배우기에 빠진 아내가 최백수를 깨우는 소리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요즘은 얼른 일어나라는 소리로 들린다.


벌써 7시 30분이다. 일어날 시간이다. 아침밥을 먹으려고 수저를 드는 순간 '톡' 소리가 난다.


밥이나 먹고 확인하자고 하면서도 그게 안 된다. 혹시 그 사람일까· 아니다. 기다리는 톡은 오지 않고 엉뚱한 것만 온다.


그런데 귀찮지가 않다. 어디서 구했는지 주옥같은 내용만 보낸다. 언뜻 보니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엡스키에 관한 일화를 보낸 것 같다. 언론으로 치면 문학잡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막 첫술을 뜨려고 할 때 또 소리가 난다. 이건 보지 않아도 뻔하다. 바로 그 친구다. 초등학교 동창이라는데 정작 학교 다닐 땐 보질 못했다.


정확히 하루에 5번씩 보낸다. 건강정보에서부터 시사 문제는 물론 음악까지 취급하지 않는 게 없다. 종합언론이다. 일간신문과 같은 역할이다.


최백수는 운전을 하고 있다. 앞이 잘 보이지가 않는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만으로도 힘든데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린다. 미세먼지가 코로나보다도 심각한 문제다.


막 앞차를 추월하려고 할 때 '톡' 소리가 난다. 누군지 확인할 수 없지만 궁금하다.


누굴까? 마음으로 헤아려 본다. 아마 그 친구일 것이다. 불알친구인데 요즘 카톡에 푹 빠져 산다.


그런데 성향이 너무 비판적이다. 그 친구의 톡을 볼 때마다 가짜뉴스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이런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퍼지면 어떻게 될까· 민심이 동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살인자라고 부른 적이 있는데, 그것을 다시 해보라고 하니 똑 잡아떼면서 가짜뉴스라고 흥분하던 생각이 난다.


우선 이 친구의 대인관계를 생각해 본다. 사람 좋다는 소릴 들으니까 적게 잡아도 툭 친구가 100여 명은 될 것이다.


100여 명에게 전달된 가짜뉴스가 각자 100명씩 공유하면 얼마일까· 순식간에 수만 명에게 퍼진다. 웬만한 신문사만큼 위력적이다.


이건 단순한 톡이 아니다. 하나의 언론이다. 위력적인 인터넷 신문이다.


이때 뒤차가 클랙슨을 누른다. 신호가 바뀌었는데 왜 출발하지 않느냐는 재촉이다.


최백수는 주차장을 찾고 있다. 겨우 차 한 대를 세울만한 공간을 찾아서 후진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톡' 소리가 난다.


짜증이 난다. 이런 때 톡하는 놈은 분명 소갈머리가 없는 녀석일 것이다. 그런데 소리가 약간 다르다.


혹시 코로나 확진자를 알리는 문자일까· 정확히 맞혔다. 요즘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난다.


다급할 것이다. 확진자를 알리는 메시지도 하나의 언론이다. 주민들에게 전파할 필요는 있는 데 수단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언론이 아무리 협조를 잘 해준다고 해도 일일이 부탁할 순 없을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직접 메시지를 날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받을 때면 코로나 방역이 겨우 문자나 날리는 것이냐는 반감이 들 때도 있다.


최백수는 시간을 본다. 약속 시간보다 약간 일찍 왔다. 한 십분 여유가 있다. 최백수는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그리곤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랜 절박하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최백수는 그 노랠 들으면서 가슴이 아프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됐느냐고 탄식한다.


마스크를 찾아 쓰고 차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톡' 소리가 또 난다. 아니 문자 메시지 소리다.


그런데 궁금하지가 않다. 어느 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떼로 발생했다는 알림일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다. '감사장'이란 제목이다. "귀하는 밤낮없이 제가 보낸 카톡을 불평불만 없이 읽어주신데 대하여 감사장을 드립니다."라는 내용이다.


최백수는 웃음이 난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바탕 너털웃음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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