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말이 있다. 도저히 불가능한 방법으로 공격한다는 뜻이다.


요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데 바위가 깨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게 바로 사법농단을 수사하는 것이다. 검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지만 판사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검사가 자랑하는 권력이 바로 구속인데, 판사가 불허하면 행사할 수 없다. 구속도 유죄판결을 받기 위한 수단인데다 결정권도 판사가 쥐고 있다.


그러니 검사는 판사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허깨비에 불과하다. 그런 검찰이 요즘 판사를 조사하고 영장을 청구하는 일을 예사로 하고 있다.


쥐가 고양이를 물려고 덤비는 격이다.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는 것처럼 무모한 짓은 없다.


백전백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덤비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식을 깨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벌써 80여 명이나 되는 판사가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었으니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사법처리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를 바라보는 서민은 신바람이 날 수밖에 없다. 어떤 싸움이든 약자를 동정하게 마련이고, 약자가 강자를 공격할 때 흥분하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진보세력이 법원을 장악했고, 그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적폐청산의 특징은 조직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검찰이 사법처리 절차를 밞는 형식이다.


국정원 경찰 기무사 등이 다 이런 식이었다. 외부에서 비리를 적발하려고 하면 조직이 뭉쳐 방어하려고 하는 게 본능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책임자를 자기 사람으로 심어놓고, 감사나 인사권 등으로 내부 문제를 들춰내는 것이다.


그래서 사법농단을 수십 년 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한다는 차원으로 보기보다는 한(恨)을 푸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사실 재판은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중립을 지킬 수 있어야만 공정할 수 있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재판이 대통령이나 집권당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재판을 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 재판에 의해 형을 살고 사형까지 당했다면 그들만큼 억울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설령 사법농단을 정치보복으로 보는 시각이 있더라도 불공정 재판을 청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개혁이라면 계속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법농단이 정치적인 문제를 청산하는 것이라면 돈이나 권력, 전관 등의 비리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한 일이 있다면 이 또한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어느 걸 먼저 청산해야하는 걸까? 어떤 것도 민생재판에 우선할 수는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돈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유전무죄보다 더 영향을 미치는 게 권력이다. 사람을 죽였어도 권력이 봐주려고 하면 풀려나온다고 믿는 게 민심이다. 그래서 유전무죄만큼 유행하는 게 무권유죄라는 말이다, 돈과 권력보다 더 영향을 미치는 게 전관이다.


변호사는 돈으로 사는 것으로 알려졌고, 가장 비싸게 팔리는 변호사가 전관예우를 많이 받는 변호사다. 요즘은 진보세력과 인맥이 닿는 전관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는 소문이다.


이런 문제를 청산하는 게 사법농단보다 급하지 않은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피해자가 있어서다.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진보운동을 하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들은 정권을 잡기위한 파워게임을 하다가 불이익을 받는 면도 없지 않다


돈 권력 전관 등 비리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은 순전히 힘이 없어서 당한 서민이다. 그러니 파워게임에 패한 불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재판비리도 적폐청산을 하듯 집요하게 청산해야할 대상이 분명하다. 판사에게 이실직고하라고 해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특별재판부 등 입법을 해서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다.


재판비리를 청산하되 처벌위주가 아니라 제도를 개혁하는 방향이어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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