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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년월일 : 2018-11-19 09: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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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기자의 감빵소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13)

 

 

글 : 이광호  한국인터넷뉴스 / 발행인

 

하기춘은 당황했다. 박경자를 만난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동안은 자신이 가진 춤과 몸으로 박경자를 지켜 왔지만 박경자의 본격적인 춤바람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잘못하다간 카센터고 뭐고 다 날아갈 판국이다.


하기춘은 위기 탈출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결국 두 사람은 청주 사창동에 있는 리듬 짝 전문 무도학원에 등록하고 리듬 짝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이 학원은 여자가 원장인데 이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사교춤 학원으로 배우는 교습생들도 매우 많았다.


모든 무도학원에는 제비들이 기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초자들이 리듬짝을 배우는 과정에서 남자 파트너가 필요해지면 원장의 묵인아래 제비들이 초자를 잡아주며 수작을 건다.


그러니까 무도학원 원장과 제비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공생 공존하는 사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박경자가 운영하는 포목점에 학원 원장이 단골손님이라 서로 안면이 있어 박경자가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춤이란 여자의 경우, 남자가 리드하는 대로 따라만 가면 되지만 남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리듬짝도 여자는 한 달이면 마스터하지만 남자인 경우는 여자를 리드하려면 적어도 6개월은 빠대야 한다. 하기춘이 아무리 춤에 고수라고는 하지만 장르가 다른 춤을 배우기에는 넘어야 할 고개가 수 없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일 붙어 다니지만 춤을 배우는 과정에서는 원장이 가르치다 잘 추는 남자에게 바톤을 넘기면 하기춘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닭 쫓던 개처럼 쳐다 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학원 원장은 하기춘을 전형적인 제비로 보고 박경자를 은근히 감싸고 있었다. 어떤 날에는 원장이 원-포인트 레슨을 한다며 박경자를 별도로 불러 가르치기도 하는데 이런 날이면 박경자는 혼자 오게 된다,


박경자가 리듬 짝을 배우면서 서로의 사이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하기춘은 하루 빨리 이곳을 빠져 나아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박경자는 요지부동이다.


어느날 인가 하기춘이 공업사 일로 인해 30여분 늦게 도착했을 때 박경자는 벌써 언제 왔는지 리듬 짝에 심취되어 하기춘이 온 줄도 모르고 춤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 원장이 파트너로 추천한 사람은 공무원 출신으로 신분이 확실하니 안심해도 된다고 일러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리듬이 박경자의 가슴을 울렸고 리듬 탄 춤 사위가 나비처럼 날아오를 때 짜릿한 그 순간은 아직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맛보고 있었다. 박경자는 하기춘을 처음 만나는 날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손에는 땀이 나고 가슴이 용수심쳐 끓어오르고 있었다.


박경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지켜 본 순간, 하기춘은 박경자의 머리채를 휘여 잡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때 마침 학원 원장이 전화가 왔다며 박경자를 원장실로 불러 들렸다. 그때서야 박경자는 하기춘이 와 있는 것을 알고는 눈 인사를 하며 원장실로 사라졌다.


원장실을 다녀 온 박경자는 하기춘에게 “오늘 저녁 같이 먹자 구”


하기춘은 퉁명스럽게 “왜?”


박경자는 “오늘이 리듬짝 배운지 1달이 되는 날이라고 원장이 한턱 쏜데”


하기춘은 “누구 누구 가는데”

 

“오빠하고 원장 그리고 아까 춤 가르쳐주던 그 분하고 넷이서 간대“


하기춘은 한참을 고민했다. 가자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안 가자니 박경자를 빼앗기는 것 같고 어쩔 수없이 질질 끌려 넷이서 괴산 괴강 민물고기 찌개를 먹으러 청주를 출발했다.


공무원 출신이라는 사람의 차로 청주를 출발해 증평을 거쳐 괴산 괴강까지 가는 동안 네 사람은 싸운 사이처럼 침묵이 흐르자 공무원 출신인 최종세는 증평에서 군대 생활하던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최종세는 군대 안 가려고 요리저리 잔재주를 부리다가 만 30세 되는 해에 갑짝스런 입영통지서를 받고는 부랴부랴 증평 37사단으로 입영했다.


최종세가 37사단에 도착한 시각은 11시경으로 이미 입영자들은 9시에 입소해 소대별로 배치되어 신참 교육을 받고 있는 시간이다.


최종세는 단독 입영한 셈인데 위병소에서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만 했다.


상병을 단 위병소 고참이 “이 새끼 머리 좀 봐”


“야! 얌마 대가리 꿇어 박어”


“이 새끼 동작 봐라 동작 그렇게 밖에 못하지”


나이 삼십에 어린 동생뻘 되는 새파란 어린놈에게 땅바닥을 박박 긴지 30여분이 지나서야 병력을 인수하러 나왔다며 병장이 지켜보고 있었다.


병장은 “최종세 왜? 머리를 안 깎았어”


“이발관에 가서 머리를 깎고 들어가자” 병장은 제대 말년이라며 최종세에게 군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을 일러주었다.


이발관에 들어가 최종세가 아무 스스럼없이 이발 의자에 앉자 “어허! 이놈 봐라 누가 의자에 앉으라고 했어”


“이 새끼 간덩이가 쌔려 부었군”


“대가리 앞으로“ 삭발하는 기계 바리깡으로 최종세 머리위를 내려치자 최종세 눈에서는 번쩍하며 불똥이 튀고 별이 둥둥 뜨고 있었다.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있는 최종세의 손을 걷어 치우고는  바리깡으로 머리를 십자로 밀면서 “신병은 연병장 2바퀴를 바람소리 보다 빨리 뛰어 온다”하며 명령했다.


최종세는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이 된 채 연병장을 2바퀴를 가까스로 뛰어 이발소로 들어가자 “야! 이 새끼야 단독 입병한 놈이 안 쫓겨가고 훈련받을 수 있는 것만도 재수가 좋은 줄 알어”


“너 사회에서 뭐 했어?” 최종세는 자기 직업을 갑짜기 묻는 말에 그냥 백수라고만 대답했다.


사실상 최종세는 경찰공무원으로 정보형사였다. 그때 그 시절에는 정보형사하면 경찰공무원들의 우상으로 엘리트 출신이다. 정보과에서는 각 기관장의 동향 파악, 학원 사찰을 통해 학생들의 데모 움직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기관의 하나이다,


최종세는 위병소와 이발관에서 호된 신고식을 거친 뒤에야 3소대로 배치되었다.


박광철 소대장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최종세 인사기록카드를 보니 중학교 때 학생회 연대장을 했다고 기록에 있는데 맞나?”


최종세는 “넷 맞습니다.” 소대장은 “그럼 오늘부터 3소대 향도로 임명하고 소대원들을 잘 이끌어 나아가도록 한다. 알았나?” “넷 알겠습니다. 충성” 최종세가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음식상이 들어왔다. 메기 두어마리가 들어앉은 큰 양은 냄비에 각종 잡어들이 함께 어우려져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소주 한잔을 곁들인 저녁식사는 오랜만에 맞보는 산해진미였다. 처음 출발당시 긴장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저녁상을 물린 다음에는 노래방 시설이 되어 있는 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마이크를 잡은 원장은 “오늘은 박경자 사장의 리듬짝 완성을 축하하며 앞으로 사업도 더욱 번창하기를 기원한다”는 말과 함께 “우리에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노사연의 ‘만남’을 그럴듯하게 한 곡조 불러 제겼다.


원장은 마이크를 오늘의 주인공인 박경자에게 넘기지 않고 하기춘에게 넘겨 주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하기춘은 엉겁결에 마이크를 받아 들고는 나훈아의 ‘영영’을 감정을 잡고 부르자 원장은 박경자와 최종세가 곡에 맞춰 리듬 짝을 추게 했다.


하기춘은 노래 도중에 묘하게 돌아가는 광경에 노래를 “그만 둘까” 하다가도 ”속 좁은 놈“ 소리 듣기 싫어 억지로 참고 노래를 끝내고는 마이크를 박경자에게 넘겼다.


마이크를 받은 박경자는 “리듬 짝을 배우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보냈다”며 나를 가르쳐 주신 원장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정중히 했다.
 

이렇게 해서 박경자의 쫑 파티는 막을 내렸지만 하기춘은 이날부터 하루도 안심할 수가 없어 박경자를 감시하는데 매달렸다.


계속되는 의심과 감시에 짜증이 난 박경자는 점점 하기춘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하기춘은 박경자를 강제로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까지 감행했다.


그것도 모자라 사업자금 8천만원을 요구하자, 박경자는 하기춘과의 관계를 원장에게 상의하게 되었고 원장은 최종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자, 최종세는 하기춘의 신상과 전과 관계를 알아보고는 하기춘이 유부녀 성폭행으로 기소중지된 사실과 사기로 고발된 사건이 드러나면서 하기춘은 상습범으로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


하기춘의 신상발언을 조용히 듣고 있던 민병식 목사는 “그건 억울한 것도 아닙니다. 나는 죽도록 남의 일 도와주다가 결국 요 모양 요 꼴이 되었습니다.”


“이 기자님 이번엔 내 얘기 좀 들어보시랍니까?” 민 목사는 자세를 바로 잡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데... (계속)
 

기사입력시간 : 2017-11-18 03:26:34
글쓴이 : 한국인터넷뉴스 이광호 /  [한국인터넷뉴스 이광호]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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