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광호 한국인터넷뉴스 / 발행인

 

면회실 문을 박차고 나올 때 의기양양했던 이대한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교도관에 이끌려 감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미결수 병동인 2하 2방 앞에 선 이대한은 긴 한숨을 내 쉬며 방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철컹~ 철문으로 된 방문이 열리자 석방된 줄로만 알았던 동료들이 이대한을 와락 끌어 안으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방 수형자들은 구속적부심 재판을 받고 모두 돌아왔는데 유독 나만이 면회하느라 늦게 돌아왔으니 석방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대한이 구속적부심 재판을 받기 전 부터 감빵 동료들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이 왜 여기에 들어 왔느냐며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될 것이 틀림없다고 말들을 했었다.

감빵에 들어 와 보니 죄수들 모두가 다 판사들이었다, 이 들이 판결을 내리면 십중 팔구 맞아 떨어지곤 했다.

교도소에서는 재판을 받으러 나가는 동료에게는 특혜(?)를 준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통이랄까, 이날만큼은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를 안 시킨다, 그리고 부식도 최우선으로 배식하고 든든하게 먹인다, 이곳에서 나가면 제발 다시 들어오지 말라는 염원이 담긴 송별회인 셈이다.

그래서 군대 생활이나 감방 생활에서 한솥밥 먹던 동기들이 사회에 나와서 끈끈하게 연을 가질 수 있는 이유도 이런 데서 부터 시작되는 모양이다. 이대한이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2하 2방은 3.5평 정도로 4~5명이 생활한다, 화장실을 빼고 나면 4명이 똑바로 천정을 보고 자야 되고 5명이 자게 되면 옆으로 칼잠을 잔다.

요즘은 감방장을 봉사자라고 부르고 있지만, 역할은 매한가지이다. 2하 2방의 감방장 하기춘은 50대 초반으로 첫눈에 보아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제비족이다.

개척교회 목사인 민병식은 경찰에서는 불구속됐으나 재판과정에서 법정 구속됐다.

양재구는 30대 중반인데 2급 장애인으로 말을 못 한다. 키도 155cm 정도로 작고 왜소해 아직 중학생으로 밖에 안 보인다. 남의 집에 들어가 밥 훔쳐 먹고 핸드폰 가지고 나오다 들켜 쇠고랑을 찼다.

50대 초반인 임대식은 전신이 용의 문신으로 혐오감을 준다. 충주에서 안마시술소를 하다 징역 8월을 받고 항소해 청주교도소로 이감된 인물이다.

이대한은 방 식구들을 둘러보며 구속적부심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늘어놓자 이구동성으로 “그 까짓것 하나 마나 한 것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감방장인 하기춘이 한마디 한다, “검사 놈들은 무조건 집어 넣으려고만 하지, 판사는 검사 말만 듣지, 국선변호사는 말발이 안 서지 죽는 것은 빽 없고 돈 없는 우리 같은 놈만 죽는 겁니다.”

민병식 목사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끼어든다.“이대한 기자님, 저는 3개월 동안 한 번도 재판을 안 받았습니다, 재판에 나가서 사실대로 말하면 판사는 검사말만 듣고는 사실대로 말하는 내 의견은 하나도 인정을 안합니다. 재판에 나가면 무엇합니까? 그래서 저는 재판에 나오라고 하면 그런 재판은 받을 수 없다며 기피신청을 합니다.”

그래요! 이대한은 흥미롭다는 듯이 민 목사에게 묻는다,

“그렇게 해도 돼요? 판사가 가만히 있습니까?”

그렇지요, 판사는 가만히 안 있지요, 속으로야 이놈이 나를 기피해 꾀심죄로 다스리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내 사건이 다른 판사에게 넘어가니까 어쩔 방법이 없겠지요, 그런데 다음에 인수받은 판사도 매한가집니다. 기피신청해 맡은 사건을 좋게 볼 리가 있겠어요, 그러면 저는 또 기피 신청을 합니다.

민 목사는 어차피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 바엔 계속해서 기피 신청을 한다고 했다. 하나 마나한 재판을 왜? 받아야 하느냐?며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1심에서 6개월 동안 판결이 안 나게 되면 무조건 석방하게 된다며 기피신청을 하면서 재판일정을 끌고 있었다.

그랬다. 6개월 동안 판결이 안 나면 불구속 수사한다는 대법원 판례문을 민 목사는 복사해 손에 쥐고 있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6개월 동안 판결이 안 나면 교도소나 구치소에서는 수형자를 즉각 석방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판례했다.


물론 사건 내용은 다르지만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도 6개월인 10월 16일이 1심 재판이 끝나는 날이었지만 재판이 끝나질 않자 구속 기간의 연장을 놓고 법원이 연장 여부를 심리한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이대한은 재판과정에서 피의자가 불리하다고 판단이 되면 재판하는 판사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밖에서 교도소를 법무 대학이라고 말하더니 오늘 재판 기피 신청에 대한 실무교육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구속적부심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쌀밥에 콩나물국과 배추김치, 그리고 콩조림이다. 그리고 영치금으로 사들인 고추장과 멸치볶음이 곁들여져 있다.

교도소 식사는 한 사람당 1,440원으로 식단을 짜게 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나 나나 똑같은 식사를 하게 된다. 다만 밖에서 사 들이는 부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각 교도소에서는 한 달간 메뉴를 일주일 전에 결정해, A4용지 크기로 각기 감방 벽에 붙이게 한다.

아침 식사 전에 제일 막내가 오늘 메뉴를 복창한다, 감방장은 그날 메뉴가 부실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면 부식으로 사들인 김, 멸치, 떡 갈비, 무말랭이, 꽁치 통조림, 닭고기, 소시지 등에서 2~3가지 반찬을 식사에 곁들이도록 한다,

식사 시간엔 수형복을 벗고 편한 평상복으로 갈아 입는다, 개도 밥 먹을 때 안 때린다고 식사 시간엔 매우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수형생활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부식과 과일, 그리고 옷과 문방구류는 1주일에 2번 구입할 수 있는데 각자가 알아서 사야겠지만 이중으로 살 우려가 있어 감방장이 조절해서 구입한다. 물론 교도소 측은 감방장이 힘없는 사람에게 강매시킨다는 이유 때문에 통제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감방장이 알아서 처리한다.

요즘 옆방에선 지난겨울에 떼 지어 들어온 노숙자들이 매일 잔칫상을 벌이고 있다고들 난리다, 그들은 교도소가 지상 낙원이며 천국이라고 매일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단다. 이에 민 목사도 한 몫 단단히 한다. 일요일 날 아침이면 옆방 노숙자들이 들릴 수 있도록 큰 소리로 기도를 하고 주기도문을 외운다.

이대한은 노숙자들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밥과 반찬은 항상 풍족하게 남아 돌아간다. 1주일에 3~4차례는 닭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소고깃국을 배식한다, 겨울엔 불 때 주고 여름엔 선풍기를 틀어 준다, 1주일에 2번씩 혈압, 당 체크하고 조그만 이상이 있으면 약을 때 맞춰 꼬박꼬박 대령한다.

추운 겨울날 손발이 꽁꽁 얼면서 밥 얻어 먹으려 돌아 다닐 필요가 없다, 여름 철엔 쉰밥을 얻어 먹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가지고 갈 것은 없지만 하루 24시간 보초를 서며 재산과 나를 지켜준다,

요즘 조강지처가 빈둥빈둥 놀고 처먹고 있는 서방에게 하루 밥 세끼, 때 맞춰 뜨거운 밥 해 주는 사모님이 계실까? 그리고 하루 세 번, 시간 맞춰 약을 갖다 받치며 약 먹기를 간청하는 마누라가 있을까? 아프다면 등 떠 밀며 병원에 가자고 잡아 끄는 내당 마님이 요즘에도 살아 있을까?

이곳 교도소에는 죄수가 죽어 나가면 의무과장 이하 모든 관계 직원이 징계를 당한다. 재판을 받는 동안에는 이유 불문하고 죄수는 살아 있어야 한다. 죽어서는 결코 안 되는 곳이다. 그래서 의료진은 낮과 밤 구분 없이 하루 24시간, 약 봉지를 들고 뛰어 다닌다.

청주교도소 모 간부는 우스갯 소리로 암에 걸리면 교도소에 와 공짜로 고치고 나가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그토록 자기 부모보다 죄수들을 더 잘 챙겨야만 자기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교도소에서는 사람이 잘 안 죽는다. 그냥 누워 있을 뿐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설거지와 방 청소를 하는 시간에는 라디오를 저녁 7시 부터는 보라미 방송이 9시까지 방송된다, 저녁 7시에는 그날 뉴스가 지역방송을 통해 생방송되는데 아침 10시에 들어오는 조간신문과 저녁 7시 뉴스가 세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오늘 7시 CJB 저녁 뉴스에는 언론사 대표 모 씨가 구속적부심에게 기각돼 청주교도소에 수감되었다는 이대한의 재판 결과가 톱 뉴스로 보도되었다. 이대한은 검찰이 구속적부심에서 구속이 결정되자 피라미를 대어로 확대 재 생산해 본격적인 매스컴 플레이를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방송이 끝나게 되면 9시부터 잠자는 시간이다. 제일 막내가 화장실 옆에 자고 감방장이 통로 앞쪽부터 고참 서열대로 지그재그로 잔다.

밤이 깊어 간다, 불이 꺼지고 이대한은 잠을 청해 보지만 도저히 잠이 오질 않는다.


오늘 구속적부심에서 이대한이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깡통 차이고, 신문도 발행이 잘 안 되는 사이비 언론사로 도주에 우려가 있다며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던 와이셔츠 단추 눈깔을 가진 김혁수 검사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재판을 받고 나가세요” 라며 바삐 자리를 떴던 백일섭이 처럼 생긴 판사의 얼굴도 눈에 선하다. 구속 불구속은 운칠기삼이라는 사기꾼처럼 생긴 관선변호사도 눈에 밟힌다.

이대한은 이놈들 모두가 다 사법개혁 중심에 서 있는 작자들로 적폐 청산에 최우선되어야 할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억울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이대한은 수십년간 일궈 놓은 언론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정신이 버쩍 든다. 내가 왜? 이렇게 불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참다못한 이대한은 창 쪽으로 다가가 아직까지 쏟아지고 있는 진눈깨비를 하염없이 바라 보고 있다. 모든 것을 하얀 세상으로 바꾸고 있는 새하얀 눈을 바라보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대한은 마음을 추스르며 지금 서 있는 청주교도소와의 인연을 생각해 본다. 그래 그 때가 참 좋아었는데... (계속)

저작권자 © 한국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