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광호 한국인터넷뉴스 / 발행인

 

마침내 교도소가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교도소의 높은 담장이 보이는 것이다. 지금 들어가면 한동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토록 저길 들어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저 시키는 일만 해야 한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는 자유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 비로소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골라 입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 난 그 자유를 만끽할 수가 없게 된다.

길을 가다가 배가 고프면 무엇이든 사 먹을 수 있었다. 앞으로 난 그걸 할 수 없게 된다. 교도소에서 주는 1,400원짜리 짬밥만 먹어야 한다. 그 고통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비가 오는 날 칼국수를 먹을 수 있고, 추운 겨울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걸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자유가 이렇게 소중한지를 예전엔 미처 몰랐다.

포승줄을 풀어버리고 싶다. 수갑도 끊어 버리고 싶다. 날개가 있다면 저 높은 담장을 훌쩍 날아가고 싶다. 이대한의 눈이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호송차 안에 그가 찾는 연장이 있을 리가 없다.

새가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다,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새장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대한의 안타까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송 차량은 교도소 문턱까지 다다랐다. 큰문이 자동으로 스르르 열리고 호송차는 미끄러지듯 담장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대한은 얼음처럼 냉정해진다. 이젠 죽느냐 사느냐다,

사실상 교도소 수용자 중 자기가 진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죄를 졌으면 당연히 죄 값을 치러야 하지만 상당수 수용자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보다는 ‘재수 없어서 잡혀 왔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 해도 괜찮은데 나만 잡혀 왔다’ 식으로 억울하게 생각한다.

왜? 억울하다고 생각할까, 이대한은 불공정한 재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판사 앞에서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피의자가 과연 죄를 인정할 수 있을까?

피의자가 검사가 하는 얘기는 거짓이라고 증언해도 판사는 검사에게 합당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라는 말도 없이 판결한다.

이것이 바로 사법부가 고쳐야 할 대목이다.

사법개혁은 공정한 재판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렇게 재판이 불공정하니 피의자가 당연히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혁수 검사가 거짓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런 놈이 대한민국 검사 맞아?”

저런 놈들 때문에 사법부가 욕먹지.. 이대한은 치를 떨고 있다.

인신구속을 예사로운 일상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하고 돌아서던 판사의 뒷모습도 눈에 아른거린다.

“재판은 ‘운칠기삼’ 입니다.” 라고 속삭이던 국선변호인의 모습도 떠오른다. 똑같은 똥 패들이다.

문제는 내가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의 억울한 일을 풀어주기 위해 인터넷신문사를 창간했다.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 다녔다.

그런데 정작 난 나 자신을 구할 수 없다. 내겐 그런 힘이 없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헛된 말이다.

“836번! 안 내리고 뭐 해요?”

호송 교도관이 얼른 내리라고 재촉하는 소리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발밑에서 무언가 밟히는 것을 느낀다. 이대한은 본능적으로 내려다본다. 신문이다. 언제 신문인인지는 모르지만 몹시 구겨져 있다.

그것을 집으려고 하는 순간 면회 교도관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836번 면회예요. 면회실로 가보세요”

면회라는 말에 번개처럼 스치는 얼굴이 있다. 그 사람이 온 걸까? 몹시 기다렸지만 한 번도 오지 않아 매우 궁금하던 터이다.

‘누구래요? 면회 온 사람이….‘

이 말을 하고 싶지만, 입이 안 떨어진다. 말해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교도관이 포승줄과 수갑을 풀어준다. 살 것 같다. 온몸을 칭칭 감던 포승줄이 풀린 것만으로도 후련한데 양손의 수갑까지 풀었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이대한은 주운 신문을 품고 면회실로 간다. 오늘따라 면회 온 사람들이 많다. 꽤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할 것 같다. 이대한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신문을 펼쳐 든다. 충북일보다.

이대한은 실망한다. 중앙지를 봐야 북핵 문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이대한의 기분은 금방 바뀐다. 지역 소식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미운 사람, 고운 사람의 얼굴이 차례로 스친다.

혹시 하는 기분으로 신문을 흩는다. 그런데 눈에 띄는 글이 있다. 제목부터가 자극적이다.

‘판사권익보다는 공정한 재판이 급하다.’

라는 제목을 보며 호기심을 느낀다.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다.

누가 이런 글을 썼을까? 최종웅 소설가라고 되어 있다. 눈에 익은 이름이다. 같은 지역에 살다가 보니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다 안다.

아직 일면식도 없지만, 글로써 교류하던 사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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