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정국에 불씨를 당겼다. 개헌은 원칙적으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우린 9차례의 개헌과 관련해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승만 정권의 ‘발췌개헌안’, 그리고 사사오입 개헌으로 결국 4.19혁명을 불러 온다.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안’, 7차 개헌으로 유신정권이 탄생된다. 8차 개헌으로 신군부 세력이 집권하고 87년도 9차 개헌은 ‘6.29선언’을 맞게 된다.

이번 개헌을 주도하는 이명박 정권 역시 지난날 개헌의 아품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87년 9차 개헌이후 우리는 많이 변화했다. 6월 항쟁이 만들어낸 현재의 헌정 체계를 일부 손질 할 필요가 있음을 일부 국민들도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개헌시기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 한다.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면서 국민의 정서와 권력 승계로 이어지는 집권당의 생각이 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헌정국이 오면 이런 전제를 모두 무너트린다.

이명박 정권이 ‘새판짜기’로 시작했던 대선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시작했던 ‘레임덕’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던 개헌정국은 모든 것을 흡수하는 ‘블랙홀’이다.

이에 지지율이 가장 높은 박근혜의 경우 일대 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개헌의 권력구조가 대통령제가 아니고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 바뀔 경우 차기 권력자로서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개헌정국은 이명박 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고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유지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퇴임 후 안전에 대해 보장 받기를 원하고 있다. 같은 당이라도 정적인 박근혜에게 권력이 넘어가는 것은 스스로의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절대 권력이 없이 권력이 분산되는 개헌은 퇴임 후 안정을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민주정부 10년의 고통을 기억하는 수구세력에게 한나라당 영구집권을 보장해줄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개헌은 18대 국회에서 기필코 관철시켜야 할 목표이다.

이에 이명박 정권은 박근혜를 어떻게 공략하고 박근혜가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개헌정국에 관건이다. 세종시 문제같이 이명박과 타협없는 대립각을 세울 것인지 아니면 미디어 악법 마냥 변죽만 올리다가 끝내는 현 정부와 타협의 길을 걸을 것인지? 최근 이재오의 개헌사냥에 박근혜는 ‘복지’로 대응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정몽준 전 대표의 발언에 친박계는 발끈했다. 개헌파의 ‘이지메’(집단괴롭힘)가 시작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즉각 반격했다. 친박계는 정 전 대표를 향해 팩트를 잘못 알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박 전 대표가 개헌은 안 된다고, 반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생문제를 뒤로 하고, 때 이른 개헌론이 정국을 주도하면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의 한판승부에 국민들은 귀를 기우리고 있지만 개헌은 단지 정치세력간의 이해득실을 가르는 문제는 아니다.

이 땅에 민주화의 명운을 결정할 중대한 문제이다. 지난날 모든 개헌은 집권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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