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 동북아 외교안보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을 대북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참관한 것 자체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매우 크다.


61년전 김일성 주석이 섰던 자리에 박 대통령이 서서 열병식에 참가해 한·중 관계의 변화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중국 측 의지를 끌어 낸 것은 이번 방문에서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인 다음달 10일을 계기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분명히 밝혔다고 보겠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중국이 '한반도 긴장 고조 반대'라는 채찍을 휘두르면서도 '6자회담 조속 재개'라는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9월 하순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의제로 올릴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 정부는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중국 전승절 참가보다 먼저 발표하며 한·미 동맹 틀 속에서 한·중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전승절 참석에 이어 열병식까지 참관을 발표하면서 한·미·일, 북·중·러로 고착됐던 동북아 외교안보 틀이 크게 변화된 것이 사실이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 중 수단 베네수엘라 등 반미 국가 정상들과 특별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는 특별오찬과 시진핑·리커창 연쇄 회담을 제공하며 한·미·일 공조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평가되는 한국을 끌어안는 데 정성을 쏟았다.


박 대통령은 또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한·러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어려운 외교 환경에서 참석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불용'과 같이 중국 측에서 좀 더 명확한 확답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 외교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16일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박 대통령 전승절 참석을 통해 한국 외교는 10월 말~11월 초 한·중·일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며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함께 열려 한·일 관계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같은 한·일 양자 관계와 별개로 북핵 문제 대처 등 3국 공조 사안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 박석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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