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라 불리던 연말정산이 2013년 세법개정으로 세금 폭탄 조짐을 보이면서 직장인들이 아우성이다.


연말정산을 통해 두둑한 보너스를 기대했다가 오히려 세금으로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근로소득자 상당수가 전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 결과다. 지난해까지는 더 낸 세금을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받다가 올해는 환급액이 줄거나 오히려 물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위축된 직장인들로서는 연봉에 관계없이 무차별 '세금폭탄'을 맞게 된 것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연초 담뱃값 인상에 이어 연말정산이라는 사실상 ‘서민 증세’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조세형평성을 높이기보다는 경제활성화 촉진을 위한 세수확보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1~10월 정부의 소득세 징수액은 전년대비 약 4조원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법인세 징수액은 7000억원 줄었다. 기업 세금은 깎아주고 봉급생활자만 쥐어짠다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정부가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는 세부담이 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미혼일 경우 예외적으로 부양가족공제, 자녀의 교육비ㆍ의료비 공제 등을 적용받지 못해 세금을 더 내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연말정산 세금폭탄의 원인은 중대한 세법개정을 하면서 행정부가 급하게 잘못된 세수추계를 했고 국회가 이를 충분히 심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은 증세가 없다'는 정부 주장과는 달리 일정 조건하에서는 뚜렸한 증세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등 자녀수, 노후대비 등을 감안한 근로소득세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부총리는 “올해부터 세금을 적게 걷고 적게 주는 방식으로 연말정산 제도가 바뀌었다”며 이 때문에 “세액공제로 전환과 간이세액표 개정 효과가 맞물려 소위 13월의 월급이 줄어들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보완책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선 돌려받는 금액에 차이가 없고 세금 부담이 그대로여서 간이세액표 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 납세자들의 주장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원숭이에게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의 도토리를 주는 것으로 잔 술수를 이용해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송나라에 저공이 원숭이를 아주 좋아했는데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하던 중 먹이를 줄이기로 하고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원숭이들은 아침에 도토리가 적다면서 아우성을 쳤다. 이에 저공은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정정했고 원숭이들은 기뻐했다.


이 같은 고사에서 유래된 ‘조삼모사’는 이러나 저러나 매한가지라는 의미가 있고 잔꾀로 사람을 농락한다는 뜻이다.


이날 최 부총리가 연말정산 세금폭탄 우려에 대한 속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데다, 국민 여론을 감안해 또 다시 세법개정안을 수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눈 가리고 아웅식'의 해법이 정부의 신뢰도와 일관성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의 월급쟁이가 1635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연말정산 대란’에 대해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지는 연말정산을 해본 뒤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연말정산 시작 전부터 왜 이런 조세반발이 있는지에 대해선 분명히 짚어봐야 할 것 같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직장인인 아마 없을 것 같다. 또 의사·변호사·회계사처럼 고소득 전문직과, 1원의 소득마저도 고스란히 노출되는 직장인의 '유리지갑'은 과세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반영돼 있다.

저작권자 © 한국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