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보리밭에 쟁기를 대고>


아름다운 산하 골골마다 자라는 나무와 풀꽃들이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로 깊어지던 절정의 가을은 이제 추수가 끝난 들판처럼 적요합니다.


그러나 텅 빈 들판에서 다시 차가운 바람을 비껴가며 쟁기를 대고 보리밭과 마늘밭을 일구던 마디 굵은 아버지의 듬직한 손을 생각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은 11월을 어찌 보내고 계십니까?


가늠할 수 없는 무게로 많이 힘드셨지요. 따사로운 손길을 여러분의 어깨에 보냅니다.고뇌에 찬 결단을 앞둔 여러분의 모습은 마치 차가운 바람을 맨 몸으로 맞는 나무 같습니다.


나뭇잎이 떠난 자리에는 여백이 더 넓어졌습니다.


마음속의 번다한 생각들을 가만히 내려놓고 담백해져야 할 것과 당당히 맞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조급함을 먼저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눈앞의 것에만 급급하면 먼 길로 에돌아 나 있는 빛나는 희망의 길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매서운 바람과 두려움에 맞서십시오.


두려움이 키우는 것은 캄캄한 어둠입니다.


그런데 두려움에 맞서면 희망은 그 어둠 사이로 별처럼 떠 오릅니다.


월드컵 명장 히딩크의 말처럼“실패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어둠속에서 빛나는 여러분의 꿈에 눈 맞추십시오.


여러분의 지혜로운 선택은 남들이 말하는 명문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 사회와 시대의 부름에 응하는 것 내가 하고 싶고 행복한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 보내는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또는 선택받지 못했다고 겁먹지 마십시오.


피카소는 초등학교 때부터 퇴학을 당한 낙방 5관왕이었다고 합니다.


또, 시인 하이네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수도 없이 낙방했지만 세계적인 시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꿈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밀고 가는 용기와 멈출 수 없는 도전정신,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으로 심장이 뛰도록 합시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찬바람을 맞고, 여러분과 함께 희망을 일구면서 여러분의 행복을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푸른 보리가 출렁이는 봄을 맞이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쉽지 않은 고단한 길에 들꽃처럼 아름다운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 안뜰로 피어나길 기도하겠습니다.


“함께 행복한 교육”의 이름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 11.


충청북도교육감 김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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