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청주 성안길의 근?현대 변화 모습을 문화사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자료집이 첫선을 보였다.

청주시문화재단은 성안길의 주요 공간과 명소, 다양한 이야기를 아카이브화하기 위해 토박이 10명의 구술을 바탕으로 만든 자료집 ‘청주약국 앞 홍문당, 홍문당 옆 청주뻬까리’를 발간했다.

참여 토박이는 이승우(83?전 충북도기획실장), 김재찬(81?홍콩양복점 운영), 김운기(77?전 충청일보 사진기자), 박영수(76?전 청주문화원장), 이순이(76?청송통닭 운영), 민병인(74?연극인), 정일원(74?전 청주MBC PD), 김종근?이덕순(71?69?토박이 부부), 이평주(63?상신양행 운영) 씨 등이다.

이들은 성안길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고 새로운 사료도 증언했다.

8.15 해방 전 청주에 미군 B-29기 출현 사실과 청남초 옆 야산과 청주대교 무심천둔치에 있던 피난민수용소, 성안길 이도우백화점, 옛 청주역(북문로3가) 근처 마차골목 등 새로운 사실들이 구술을 통해 발굴됐다.

이 시기 청주약국 네거리에서 우리은행~우체국~노스페이스 앞 사거리~산업은행 네거리~성안길 입구에 이르는 성안길 명소들도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성안길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 청주약국을 비롯해 ▲해방 후 1호 샛별다방 ▲빵맛 최고 청주뻬까리 ▲홍문당 ▲충북 1호 반도사진관 ▲명랑식당 ▲청주관 ▲중국 요릿집 행화춘 ▲명사와 예술인이 드나들던 돌체다방?오페라다방 ▲삼겹살 원조 딸네집 ▲대폿집 수복집 ▲빵집 감천당과 청원제과 ▲대표 언론?방송사 충청일보?청주KBS?청주MBC ▲청주극장과 현대극장 등이 100여 장의 흑백사진, 지도와 함께 담겨있다.

청주문학의 태동기였던 1950년대 말 신동문?민병산 시인 등과 고교 문학모임 ‘푸른문’ 학생들과 열었던 시 낭송의 밤, 청주여고 재학시절 웅변대회를 휩쓸던 김수현 작가("세 번 결혼하는 여자" 극본)의 에피소드도 실렸다.

1970년대 거액을 희사하여 지역 연극을 발전시킨 지역의 대표적인 메세나 김은수 등 청주문화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다채롭게 담겼다.

이 밖에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집합되고 축적된 성안길과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던 무심천, 공마당, 청주역, 청주신사, 충북선, 서문동 주차장, 중앙극장, 명암풀장 등이 토박이들의 사연 속에서 새롭게 조명됐다.

문화재단 한범덕 이사장(청주시장)은 “이 책은 옛 기억을 길어 올리려고 최선을 다해주신 토박이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의 애향심이 만들어낸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며 “통합 청주시의 문화정체성 정립과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의미 있는 사료와 스토리텔링 요소로 활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화감독인 어일선 교수(청주대 영화학과)는 “구술 자료집에는 어르신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참신하면서도 독특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어 다양한 아이디어와 소재의 보고라 할 수 있다”며 “재단과 함께 서울 소재 영화사나 방송국에도 이 스토리텔링북을 전파해 청주만의 문화브랜드를 확장하는 데 이바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자료집은 재단이 지난해 토박이 소재조사로 발굴한 시민 10명과 함께 구술면담 방식으로 정리한 것으로, 내용의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충청북도, 청주시, 청주문화원 등 관련 기관?단체와 전문가들이 제공한 근대 사진자료도 삽입되어 있다. / 오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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