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네티즌들 사이에 크게 호응을 얻으면서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생 주현우 씨가 지난 10일 오전,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되는 대자보를 붙이면서 시작됐다.

주 씨는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회사 설립에 따른 ‘민영화 반대’ 의사에 침묵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꾸짖는 내용이다.

한편 철도노조는 해당 이사회가 '민영화 사전 단계'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민영화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못박으면서 파업자 전원을 직위해제했다. 민영화 반대는 구실일 뿐이고 파업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판단이다.


고려대 대자보는 이러한 구도를 모르는채 외면하고 학생들에게 “외면하지 말라”며 감정적인 호소를 하고 있다.


이 고려대 대자보는 오마이뉴스가 처음 소개했고, 노동당 당원 등의 트위터를 통해 11일 무렵부터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뒤를 이어 경향신문과 다음·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들이 관련 기사를 확대 재생산했다. 14일에는 오프라인 시위까지 계획되고 있다.

14일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의 필자가 과거 진보신당 일인시위에 동참했던 당원이라는 내용도 확산하고 있다.

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사진은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으며,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부산대 명지대 등 전국 대학에 ‘안녕들 하십니까 응답 대자보’가 붙고 있다.

고려대 대자보 전문은 아래와 같다.


안녕들하십니까.


1.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이란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 말 한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2. 88만 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 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1998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저작권자 © 한국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