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세계화로 외국인들은 한국의 모습을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그들은 드라마 속 주인공의 모습이 마치 한국의 전체적인 것처럼 오해하는데 그것은 북한주민도 예외가 아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한국에 오기 전 북한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몰래 시청한 주민이 적지 않다고 했다. 단속이 심할 수록 한국 드라마에 대한 환상은 더 커진다. 그 환상에 젖어 탈북한 이들도 적이 않다.


2012년 탈북한 김진명 씨는 가부장적인 대부분의 북한남자와는 달리 굉장히 자상했다. 보통 한국남자보다 더 여성에게 잘해주는 듯했다. 그 비결을 묻자 “한국 드라마 속 남자 모습을 따라 하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변하게 됐다. 한국남자들은 전부 다 드라마 주인공같이 여성을 대해주는 줄 알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북한주민은 한국에 대한 정보를 이처럼 드라마를 통해서 얻는다. 드라마를 마치 교과서처럼 여기고 맹목적으로 따르고 학습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드라마를 보고 현실과 TV와의 차이를 판별할 능력이 있지만, 북한주민은 그렇지 못하다. 모든 것을 어린아이처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한국드라마는 한국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의 믿음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있다. 바로 북한 단속기관들의 살벌한 통제이다. 거짓이라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지 않는가? 보위부의 단속이 심해질수록 주민들에게 이런 심리를 더 굳혀주게 된다. 북한이 정권차원에서 통제할 수록 주민들에겐 오히려 한국 드라마의 신뢰도를 더 높여주는 셈이다.


그래서 요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문명한 사람, 깨어있는 선각자로 본다고 한다. 특히 남녀사이에서는 한국 남자식 매너가 유행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자친구와 헤어질 때 남자가 먼저 등을 돌리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한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조폭들을 보며 자본주의를 주먹의 세계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가끔 경찰과 조폭 사이에 총격전이 일어나는 장면들도 많아 그런 무서운 나라에서 밤에는 어떻게 거리로 나갈 수 있냐며 남한 국민들을 많이 걱정한다고 한다. / 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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