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의 가장 큰 화두는 ‘정치개혁’이다.

지난해 '안철수 신드롬'으로 시작된 안풍(安風)이 기존의 수권정당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安風'은 태풍이 되어 정치권 전체를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아 부쳤다. 박근혜 대세론은 하루아침에 붕괴됐고 문재인은 친노세력과 집행부를 향한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이 같은 열망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선대위 및 캠프에 별도의 조직과 기구를 구성하는 등 정치쇄신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권주자들의 정치쇄신은 속빈 강정으로 말잔치로 일관할 뿐 실천에는 의문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박근혜 후보는 한때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전격 영입, 정치쇄신의 불을 당겼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치쇄신을 상징할만한 대표 공약이 없다.

정치판 전체를 대수술하는 쇄신에 초점이 맞추기보다는 `부정부패 근절책'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 특별감찰관제 및 상설특검제 실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정치권과 부정부패의 연결고리 단절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현 정부에서 불거진 친인척ㆍ권력실세 비리, 박 후보를 둘러싼 친인척 비리 의혹과 관련한 비껴가기라는 견해도 있다.

오히려 박 후보 측의 정치쇄신특위는 정치쇄신 본질에서 비켜나 검ㆍ경 등 권력기관 개혁에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양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실천으로 정치쇄신의 밑그림을 그렸으나 안 후보 측의 거절로 불발되고 대선을 불과 58일 앞둔 22일에야 겨우 새정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 후보는 당초 안 후보와의 단일화 견인을 위해 공동 정치혁신위원회를 계획했으나 안 후보 측이 이를 거절하고, 위원장으로 염두에 둔 조 국 서울대 교수의 고사로 자동차에 바퀴 하나가 빠진 상태에서 정치혁신을 출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안풍(安風)으로 일컬어지는 기성 정치권의 혁신이 안철수를 대선후보로 까지 나서게 되었는데 홀연단신 무소속 후보로 출발해 조직에 한계를 느끼는 모습이다.

현재 안 후보의 주변엔 현역의원은 단 1명으로 정치권 혁신을 주장하고 정치권의 대수술이라기보다 상처를 치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안 후보는 정치권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본인이 정치권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공약이 미흡하다. 오히려 새로운 정치의 청사진을 보여주기보다는 기성 정치권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안 후보는 23일 정치개혁을 위한 특권 포기 방안과 관련해 국회의원 수 및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를 제시했다.

안 후보는 이날 인하대 초청강연에서 "특권을 내려놓아도 법이 부여한 권한만으로 충분히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같은 내용의 3대 특권 포기 방안을 내놓았다.

전날 문 후보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지역구 의원 수를 현행 246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고, 권역별 비례대표는 100명까지 확대해 각 정당의 불모지에서도 당선자가 나오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위 공직자가 누려온 권한 포기, 공직후보 공천권 국민에 돌려드리기, 일반 시민 참여 국회윤리특위 운영,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등이 제시했다.

안 후보 측은 23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이 정치쇄신안의 한 방편으로 내놓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비해 치열하지 못하다"고 평했다.

이를 맞받아치듯 문 후보는 2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내 카페 '산 다미아노'에서 권력기관 바로세우기 정책간담회를 열어 "정치검찰을 청산하고, 문책되지 않는 성역이 없도록 제대로 개혁하겠다"며 전날에 이어 검찰쇄신안을 내놓았다.

이날 문 후보는 검찰개혁 4대방안 가운데 '정치검찰 청산'과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을 제시했는데 문 후보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검찰이 정치권력과 손잡고 한국정치를 농단해 왔다"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직접수사권 폐지, 검찰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해 청와대-검찰 관계를 공식적 관계로 전환, 정치적 줄서기 인사 혁파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정치쇄신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정작 '정당 쇄신안'과 국회의원 선수(選數) 제한, 국회의원 규모 축소, 지방선거 축소 등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알맹이가 없다.

정치쇄신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유력 대선후보들이 정치쇄신에 대한 '합의선언문'을 작성하고 당선자는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하는데 대선후보들은 국민의 눈높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 이미지 쌓기에만 분주한 모습이다.

이번 18대 대선은 지난해 '안철수 신드롬'으로 야기된 정치개혁의 연장 선상에서 국민의 생각을 읽어야만 그 누구도 승리를 예약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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