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현들의 삶과 정신이 녹아 있는 고택(古宅)에서 한여름밤의 풍류 음악회가 열려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20일 전남문화예술재단에 따르면 담양 창평 슬로시티 한옥마을인 고재욱 고택에서 전남도립국악단 풍류음악회 ‘미음(美音)완보(緩步)’ 공연이 지난 18일 열렸다.


‘미음완보’는 전남도립국악단이 10월까지 넉달간 셋째주 토요일에 펼치는 공연으로 이날 두 번째 공연에는 부산, 서울 등 외지관광객과 담양군 주민, 담양군청 관계자등 1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쳤다.


목(木)구조의 부드러움과 견고함이 조화를 이루고 습도 조절 기능과 인체기혈의 흐름과 유사한 자연친화적 구조를 지닌 한옥에서 담양 창평 마을의 이야기를 간직한 돌담길과 풍류가 어울어지면서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추억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두 번째 공연에서는 전남도립국악단원 10여명이 전통과 퓨전이 흐르는 음악을 선보여 느린 걸음으로 몸과 마음을 쉬어가며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에서는 전남도립국악단 기수현씨가 본공연에 앞서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가 세상에 나와 별주부를 욕하는 대목을 열창해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이어 한명화씨가 아쟁산조를 선보였다. 아쟁산조는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 구성돼 있으며 판소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소리제 산조중 가장 성음과 멋이 뛰어나 관객으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김주란씨는 거문고로 기악 이중주 ‘출강’을 연주했다. 출강은 흥남 제련소에서 다 만들어진 강철 쇳물을 뽑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곡이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국악에 서양음악을 접목,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은 음악으로 새롭게 만든 창작곡인 국악가요인 ‘쑥대머리’도 펼쳐졌으며 해금과 아쟁, 25현 가야금의 선율은 한여름밤 무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부산에서 온 김효경(52)씨는 “평소에 느림의 미학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이번 여름휴가를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창평 슬로시티를 방문했다”며 “삼지내 마을의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돌담길을 따라 느리게 걸어도 보고 아름다운 농촌 자연과 주민들이 들려주는 삶의 향기를 느끼며 지치고 힘든 마음을 쉬어갈 수 있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고정적인 공연장의 틀을 벗어나 문화재로 지정된 돌담과 백년고택의 전통을 간직한 탁 트인 마당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전통의 선율은 색다른 매력과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극찬했다. / 최영준 기자

저작권자 © 한국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