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행위 때문에 그곳에서 충분히 처벌을 받았음에도 한국에서 또다시 죄를 묻는 현행법 때문에 고통받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


탈북자 김 모 (女. 26) 씨 는 북한에서 의사를 하는 부모님의 외동딸로 자라나 의학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재학 중 생계가 힘들어지자 우연히 마약장사(얼음)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보안서에 단속되어 2년형의 처벌을 받고 집에 와보니 더욱 막막해진 살림에 돈을 벌 생각으로 탈북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중국의 인신매매범에 끌려가 1년 7개월간 수난을 당하다가 작년 1월 다행히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솔직히 말했던 그녀의 마약장사 과거 경험이 그녀를 비보호 탈북자로 만들게 된 것이다.


그녀는 현재 평안도 쪽에 대량으로 마약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국정원에 알려주기 위해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은 북한에서 형사처분을 받고 그만한 대가를 치렀기에, 목숨을 걸고 넘어온 한국에서 또다시 처벌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순수하고 솔직함이 그녀가 받을 수 있었던 모든 혜택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이다.


그녀가 하나원을 조기로 수료하고 정문 밖을 나올 때 누구 하나 그녀에게 동정 하지 않고 내몰았다고 한다. 낯선 곳에 아무것도 지니지 못한 채 홀로 버려진 그녀는 결국 탈북과정을 도와준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김용화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택시를 타고 경기도 안성에서 서울까지 왔다는 것이다.


김용화 회장은 “그녀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 해도 도움을 받을 장소로 가기까지의 점심값이나 심지어 차비 정도는 줘야 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은 돈 한 푼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걸 알면서 탈북자를 가족같이 여긴다는 하나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라며 비현실적인 제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현행법상 그녀에게 남들 같은 지원을 해주지는 못해도 최소한 고시원 같은 곳에 지내며, 그녀가 직업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한국은 마약문제에 관련된 사람은 엄한 처벌을 하고 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마약과 관련된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얼음’이라 불리는 마약은 퇴폐적인 물건이라기보다 일반약품을 구할 수 없는 북한 주민 사이에 만병통치약으로 쓰일 만큼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물건이다.


얼마 전 방송에 나온 여러 탈북녀에게 사회자가 “북한에서 마약이 실생활에 쓰이는 것에 공감하느냐?” 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손을 든 적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한국과는 다른 북한사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이 같은 제재 탓에 탈북자들은 큰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처럼 거리로 내몰리며 노숙자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더구나 절반이 넘는 탈북자가 여성이다. 비보호 탈북자인 경우에는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험한 일을 견디며 아무런 희망도 품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남북한 어디에서도 그녀들을 보듬어 주지 못하는 것이다.


20대 젊은 탈북녀의 한순간 잘못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 북한사회를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네 잣대로만 그들을 판단하는 현행법, 이러한 한국의 탈북자 지원 정책이 앞으로 넘어올 탈북자들의 잣대로 계속해서 쓰인다면 탈북녀 김 모 씨와 같은 사례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뉴포커스 / 서영석 기자

저작권자 © 한국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