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단신 한국에서 생활하는 탈북자는 사람을 그리워 한다. 그 그리움의 대상이 헤어진 가족일 수도 있지만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한국에서 기쁠 때나, 슬플때나 그 기분을 같이 나누고 세상살이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눌 수 있는 대상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같이 알고 자란 친구를 ‘(일명)불알친구’라고 말한다. 입는 것이 부족한 시절 남자 아이들이 바지를 입지 못해 하의를 벗고 다녀서 생긴 말이다. 현대 여성의 멋내기 식 하의 실종이 아닌, 생활고에 따른 어쩔 수 없던 진짜 하의실종을 뜻한다.


우리와 달리 북한에서는 어린아이에게 바지를 입힐 때 가운데가 찢어진 옷, 소위 '짜개 바지'를 입힌다. 가운데가 트여서 대소변을 볼 때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주민은 어린 시절 친구를 '짜개 바지 동창' 이라고 부른다.


탈북자 김 모 씨는 주변 한국 동료가 고민이 있을 때나, 즐거울 때 오래된 친구를 만나 술 한 잔에 추억을 나누며 회포를 푸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온 후 물질적인 빈곤함에서는 벗어났지만, 상대적으로 커져 버린 정신적인 공허감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남아있는 짜개 바지 동창들이 너무 그립다"며 "탈북하기 전 친구 한명의 가족이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육군단사건에 연류된 탓에 온 가족이 누명을 쓰고 수용소로 끌려가는 걸 봤는데 제발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쉽게 연락하고, 또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탈북자에게는 너무나 그리운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탈북자들이 자주 모이는 사이트에 가보면 “사람 찾기”코너가 인기이다.


이곳에서 북한의 짜개 바지 동창을 만났다는 이 모 씨는 “인민학교에서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한 한급에 있었다가 4학년 때 혼합반 하면서 갈라진 친구"라 소개하면서 "옛날 학교 다니던 추억이며 동네 모습까지 다 기억하는 그 친구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라고 감격하기도 했다.


북쪽에서 떠나온 실향민들은 언젠가 다시 고향에 가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은 채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나 탈북자나 짜개 바지 동창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뉴포커스 / 박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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