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랑? '리찬식 사랑'은 무엇일까?

바로 연상연하 커플을 일컫는 말이다.


리찬은 1898년생으로 중학교 시절 10년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국 결혼을 했다고 한다. '리찬의 사랑'은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면서부터 알려지게 됐다.


당시 '리찬식 사랑'이 큰 화제가 됐던 이유는 봉건유교적 관습의 틀에 묶여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 큰 충격이어서였다.


사실 리찬보다 먼저 연상의 여인을 아내로 맞았던 북한 남자는 김정일이었다. 첫번째 동거녀이면서 김정남의 어머니이기도 한 성혜림은 김정일보다 6살이나 연상인데다 이미 결혼까지 했던 주부였다.


그런 여인과 동거하기 위해 김정일은 성혜림의 남편을 외교관 명목으로 해외에 추방시켰는데 그 통에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온갖 꾸중을 들어야만 했었다.


그러나 신격화 때문에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야만 하는 김씨일가의 사생활이어서 북한의 연상연하 커플의 대명사는 김정일이 아니라 시인 리찬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하여 북한에서는 연상연하 커플을 가리켜 '리찬식 사랑'이라고 표현하게 됐는데 시인의 낭만적 사랑 이야기여서 여자들의 로망처럼 됐다. 그랬던 것이 최근에는 현실 속의 결혼추세로 많이 확산된다고 한다.


북한의 대부분 남성들은 아직 가부장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직장에 소속돼 있어 경제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정에서는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런데 시장이 확산되면서 처지가 뒤바뀌었다. 북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이유 때문이다.


이런 여성들은 대체로 권위적인 남성과 사느니 차라리 독신으로 살고 싶어하며 실제로 이혼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 독신 여성에 대한 차별이 크고 인식도 좋지않기 때문에 그런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재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라리 좀 더 사고가 유연한 연하의 남성을 만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은 아직 독신 여자를 이해를 못 합니다. 여기 말로 화성인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큰소리도 낼 수 있고 자기한테 잘해주는 나이 어린 남자를 요즘은 더 좋아합니다.”라고 탈북자 김 씨(나이 43세, 2011년 탈북)는 설명했다.


과부라는 말은 듣기 싫고, 그렇다고 권위적인 남자와의 불편한 동거 또한 싫어 연하남을 택한다는 북한 여성들, 어쩌면 정권이 강요하는 김씨봉건 왕조풍습에 대한 북한 여성들의 색다른 반란일지도 모른다. 마치 시인의 낭만적 사랑인 듯 연상연하 결혼은 '리찬식 사랑'으로 통용되면서 그 어감이 주는 부드러움이 사회적 관용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90년대 이후 경제의 몰락과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직장에 구속되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자연스레 많아졌고, 그 덕에 경제력과 의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여성들이 늘어감에 따라 '리찬식 사랑'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강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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