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어르신이 정신 차리면~ 한국정치 정신차려야 한다.


요즘 60~70대 친구들 모임에서 '정치'가 사라졌다. 전에는 모이기만 하면 현실 정치에 화제가 집중돼 정치 얘기 좀 그만하자는 소리까지 나왔는데 요즘은 정치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 한마디로 정치돼가는 꼴이 이들 입장에선 '개판'이고, 그렇다고 이들이 뭐라고 해대기에는 스스로 무력하게 느끼기 때문에 아예 입을 다무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 판으로 기울면서 정치의 표(票)가 그들 '눈치'를 살피는 쪽으로 흘러가면서부터다.


트위터다, 페이스북이다 하는 이른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여론이라는 것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노인네'들은 우선 기가죽었다.


특히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마저 앞을 다투어 '젊은 세대에 대한 기대'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미래는 오로지 이들에게 달렸다는 듯이 치장을 해대는 것에 주눅이 들었다.


때맞춰 한 젊은 교수가 혜성같이 나타나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하며 대권에까지 언급되는 신판(新版) '40대 기수론'이 나왔다. 각 정당도 면모를 일신한답시고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것을 두고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쩌면 북한에서 29세의 '대장'이 권력을 세습한 것도 한몫했으리라. 노인들이 침묵하게 된 둘째 이유는 주로 보수 성향인 이들이 여·야 할 것 없이 마치 보수가 나라를 결딴내기라도 한 듯이 노선 선회를 하는 것을 보면서부터다.


이들은 특히 구(舊) 한나라당이 대북·인권·자유·시장우선 등의 기존 가치 체계를 버리거나 변형하고 그 개념들의 무게를 재조정하는 것을 보며 실망하다 못해 분노했다. 자신들이 기대했던 정당마저 그저 좌파 정당의 포퓰리즘 베끼기에 몰두하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잃은 것이다.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젊은 세대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또 책임질 세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세대가 이제 와서 '식량만 축내고 있다느니' '너무 오래 살아서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치부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노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의 노인들은 공짜로 살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가 이만큼 먹고살게 된 것도 그들이 벌어놓은 것이다. 그런 은퇴 세대를 모래알 같은 소모 세대로 보는 시각은 매우 잘못됐다.


정치권의 OB(old boy)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젊은 세대의 눈총을 받게 된 것은 창피한 일이다. 국회를 대표한다는 의장이 의회 제도에 치명상을 입힌 '최루탄 의원' 하나 처리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60대 이상 유권자는 755만3000명으로 전체 유권자 3885만명의 20%에 달한다. 이 비율은 노령 인구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볼 때 더 늘어났을 것이다. 693만명인 20대, 831만명인 30대, 871만명인 40대에 비해 대등한 수치이며 668만명인 50대의일부를 흡수한다면 노인 유권자는 결코 무시당할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인표는 정치권에서 공통의 연대가 없으며 그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종속표'로 치부되고 있다. 노인들은 더 이상 이런 잘못된 인식에 매여있지 말아야 한다. 인식을 바꾸도록해야 한다. 기죽지 말고 주눅 들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인표'가 달라져야 한다. 정치적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 즉 정치 행위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어 시대 흐름과 발전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노인표의 각성이 필요하다. 여기저기 끌려다니지 말고, 흩어지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지혜와 슬기만이라도 800만표에 담아보자는 것이다.


60대, 70대, 더 나아가 80대는 그들의 의사를 분명하고 반듯하게 살리며 품위를 살리는 길은 이번 총선과 대선이 그 기회다. 그것이 노인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북한 인권 개선과 민주 통일 의지가 실종돼가는 한국 정치에서 나라를 지키는 전통이 살아나는 길이다. 글 / 김승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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