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입지를 공식발표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으로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평지풍파를 일으켜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공약한 대로 과학벨트를 충청도에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했으면 대통령이 겪고 있는 위기는 없었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우선 충청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불신하는 현상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인 고향인 영남지역에서도 인심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충청도에 조성해주기로 했던 과학벨트를 법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해서 결정하겠다는 말은 다른 곳으로 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파기당해서 허탈해있던 영남민심에 배출구를 마련해 준 꼴이었다.


이런 현상은 호남도 마찬가지였다. 전주로 오기로 되었던 토지주택공사를 경남 진주에 빼앗길 처지였으니 당연히 과학벨트로 보상 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이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벨트에 대한 언급만 하지 않았다면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에서 인심을 잃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가정은 세종시 문제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만약 세종시를 경제과학 중심도시로 기능을 변경하겠다는 계획만 추진하지 않았다면 6.2지방선거에서 참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에 처한 것은 자신의 공약을 번복하려고 시도하다가 성공도 하지 못하고 인심만 잃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 공약을 했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단임으로 끝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인기를 잃더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치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세종시에 과학벨트를 조성하면 행정도시 못지않은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약도 지키고 주민들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게 분명하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협조했다면 성공가능성도 충분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영리했지만 박근혜를 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갈등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사표를 내고 당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은 한판 붙어보겠다는 의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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