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부터 쫓기는 범죄혐의자가 살길을 찾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주변을 압박해 들어오는 검찰이 조만간 소환할 테고, 조사를 받게 되면 구속당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가 살려달라고 찾아 간 사람은 한 달 전에 검찰에서 옷을 벗고 개업한 변호사다. 자신을 쫓고 있는 검사는 그가 부장검사시절 데리고 있었으니 웬만하면 봐 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판사에게도 있다. 판사로 재직하다가 막 퇴임한 변호사를 찾아가면 웬만한 일은 잘 해결할 수가 있다고 믿는 게 현실이다. 이게 바로 전관예우다.

돈 있는 사람은 전관을 사서 해결할 수가 있지만, 돈 없는 사람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으니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고리라고 비판받았다. 법조계에서 암암리에 일어나던 관행이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법조불신으로 이어졌고, 사법개혁대상으로 지목되어 이를 금지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전관예우 풍조가 법조계만 있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점퍼차림으로 달려가 질타했던 금감원은 법조계를 뺨치는 전관예우가 성행하고 있는 곳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다. 일선 금융기관을 감독하기 위해선 유착관계부터 차단하는 게 상식인데도 금감원 간부출신들이 퇴직해서 은행의 감사로 활동하고 있으니 비리를 감사하는 게 아니라 유착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일은 금감원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다. 건설공사를 감독하는 공무원이 퇴직해서 건설회사 사장으로 활동하는 일은 허다하고, 일선 학교를 지도하던 교육공무원이 대학 총장으로 영입되어 친정을 향해서 로비를 벌이는 일도 흔하다. 지방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충북도의 예산지원을 받고 운영되는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에 도는 물론 일선 시군에서 잔뼈가 굵은 진천부군수를 임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성이 없다고 반발하다가도 만장일치로 승인해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도의 감독을 무디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예산을 따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관예우 풍조가 급속히 확산된다는 것은 비리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해체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듯이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관예우 풍조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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