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은 부산출신으로 문 대통령과는 동향인데다 부산시장 출마를 서로 권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김영삼 진영에서 재선의원까지 했지만 YS가 3당 합당을 거부하자 김대중 진영으로 옮겨가 행자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냈다.


덕분에 부산에서 시장 국회의원 등 7번 출마해 다 낙선하는 수모를 겪었으니 여권원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해서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대통령을 비판하니 듣기가 싫다.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든 당헌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다. 민주당에서 미는 후보가 있으면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오게 하면 될 일이다. 성추문 사건으로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당헌까지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적폐 청산도 그렇게 요란하게 하는 게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해서 탄핵 당했지만, 감옥에 3~4년씩 가둬두는 게 정의로운 것인지 의문이다.


금태섭 전 의원도 그렇게 쫓아내는 게 아니었다. 민주당에서 그만한 소리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당이 발전한다. 공산당처럼 한목소리만 나와서야 되겠는가.


부동산 정책도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보유세를 올리면 양도세는 낮춰서 아파트 두세 채 가진 사람이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채 가진 사람 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있다. 지방 출신은 시골집을 상속 받아 두 채가 된 경우도 있다.


아파트가 한 채라도 부당한 방법을 썼다면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하겠지만, 두 채가 있어도 불가피했다면 인정해줘야 한다.


원전 정책도 문제가 많다. 원전 없이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는지,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지까지도 검토해서 결정했어야 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원전을 중단시키는 바람에 세금 1조 원가량이 날아갔다.


문 정권의 위기는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로 시작됐다. 나도 조 전 장관이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상당한 허물이 드러났고, 그것이 문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됐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그를 동정하는 발언을 하는 걸 보면서 정치를 오래 안 해서 훈련이 덜 됐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에 나서는 건 바람직한 처신이라고 보지 않는다. 윤 총장을 대권 후보로 키운 건 문 대통령이라고 본다. 윤 총장을 임명할 때 산 권력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했다. 그래 놓고 청와대로 칼끝이 향하니까 쫓아내려고 한건 옳은 처신이 아니었다.


추미애와 윤석열이 1년 넘도록 갈등을 빚을 때 문 대통령은 수수방관했다. 둘 다 청와대로 불러서 꾸짖든지, 둘 다 사표를 받든지 했어야 했다.


윤석열에겐 두 가지 길이 있다. 본인이 직접 나서거나 킹메이커가 되는 경우다. 야권에는 뚜렷한 후보가 없다. 윤 전 총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이나 김동연 전 부총리 등 제3의 인물을 밀어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나서면 성공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지고, 다음 대권도 넘볼 수 있다. 이번에 직접 하겠다고 나서면 여권의 저항을 받게 되어 당선 확률은 50%에 불과할 것이다.


이 기사가 나가면 문재인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대통령 인기가 좀 떨어졌다고 비판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도 서운해 하겠지만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마무리라도 잘하라는 뜻에서 드리는 고언(苦言)이다."


사실 김정길 전 장관의 말은 특별한 게 없다. 시중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주목하는 건 여권 원로라서다. 문 정권이 온갖 비판에도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 게 옳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의 인터뷰를 통해서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정권을 비판하면 문빠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여권원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으니 일반인은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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