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수도권에 61만 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표를 하는 걸 보면서 떠오른 소설이 있다.


바로 이호철 작가가 1966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이다.


이때만 해도 서울인구는 370만 명에 불과했지만 서울은 만원이라고 아우성이었다.


그 후 불과 22년 만에 천만을 돌파하더니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2,596만 명에 달함으로써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국민의 52%가 몰려 살고 있다.


서울로 이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고, 빨리 이사한 사람에겐 상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급속히 불어날 순 없었을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가치관을 한마디로 표현한 속담이 있다.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서울로 가기만 하면 살길이 열린다는 의미다.


이 시대에 유행하던 말도 있다. 무작정 상경이란 말과 함께 빽이란 말이다. 무작정 상경해서 변두리 야산에 판잣집이라도 짓고 연명하면서 사돈에 팔촌이라도 빽만 하나 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은 무섭게 팽창했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산적은 없었다. 이에 비해 지방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전국 기초단체 228개의 46%인 105개가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초만원 문제는 지방에서 답을 찾아야 서울도 살고 지방도 산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역대 정부도 수도권 편중을 고쳐보려고 노력해온 건 사실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주창한 행정수도 이전론이 노무현 정부 때 행정도시로 실현되었고, 서울의 주요 관공서를 지방에 분산하는 혁신도시도 완성되었다.


이 정도면 서울인구가 줄어든다고 아우성이 나오고, 서울의 집값도 떨어졌어야 정상이다.


이상하게 서울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고, 서울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심해야 마땅하다.


서울집값을 잡기 위해 초밀화를 가중시키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면 정상적인 정부라고 할 수 있나.


수도권에 아파트를 61만 가구나 신축하겠다는 것은 백만 명 이상의 인구를 더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수도도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정책으론 완성이 요원하다. 행정수도를 꺼내든 것은 서울인구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 인구를 분산하기보다는 충청권 인구를 흡수한 꼴이 되고 말았다. 행정수도의 집값이 싸야만 서울 집을 팔아서 이사를 하고, 남은 돈으로 상가라도 몇 칸 사고 텃밭이라도 장만할 게 아닌가.


세종시는 서울 뺨치는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하더니 집값도 서울 못지않게 올랐다 서울보다 비싼 행정수도로 누가 이사를 오겠는가. 행정수도로 육성할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행정도시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공항 고속도로 KTX가 근접한 곳에 새로운 행정수도를 물색해야 한다.


그곳에 청와대 국회 대법원 등 아직 이전하지 못한 중앙부처를 입주시켜야 한다.


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각 지방에 분산만하면 서울 사람이 이사 와서 서울 인구가 줄고 집값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 사람이 이사해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건물만 이사한 꼴이 되고 만다. 서울에 집중된 대학이나 종합병원은 물론 100대 기업의 본사도 혁신도시로 분산하는 정책을 병행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일은 과반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정권만이 할 수 있다. 법을 제정해서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다 세금으로 지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이주하기 위해서 집을 파는 사람에겐 양도세를 감면하고 취득세도 경감하는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발표가 있을 무렵 서울의 대학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말이 흘러 나왔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부작용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자칫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 일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는 수도권 초밀화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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