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럽다. 코로나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조류 인풀루엔자까지 퍼지고 있다. 전염병하고 싸우는 것보다 어려운 게 사람과 다투는 일이다.


사람과 싸우는 것 중에도 가장 힘든 것은 해결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뻔히 처다만 보고 있는 방관자와 싸우는 것이다.


이런 때 생각나는 게 엣 선인들이 즐겨 부르던 시이고, 그 시를 읊조리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본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려보세


-하여가(何如歌)-


이방원의 시다. 조선 3대 임금이 되기 전 정몽주가 이성계의 병문안을 왔을 때 마음을 떠보며 회유해 보려고 부른 시다.


마치 정세균 총리가 추·윤 갈등을 풀기 위해 동반퇴진을 제의하며 만수산 칡넝쿨처럼 얽혀 살자고 회유하는 소리 같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단심가(丹心歌)-


정몽주의 시다. 고려 공민왕 때 충신으로 문하시중까지 지냈다. 이방원의 '하여가' 에 대한 답가(答歌)다.


마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다가 해임당하더라도 기어이 정권비리를 수사하고 말겠다고 외치는 윤석열 총장처럼 보인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정몽주의 어머니가 지은 시로 아들을 훈계하는 노래다. 마치 권력이 비리를 감추기 위해 검찰수사를 방해하면서도 검찰이 개혁을 거부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을 풍자하는 소리 같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물 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목은 이색의 시다. 고려 말의 학자로 문하시중을 지냈다. 권력과 싸우다 쫓겨난 윤석열이 권력을 척결할 동지를 찾는 절규처럼 들린다.


들은 말 즉시 잊고 본 일도 못 본 듯이


내 인사 이러하매 남의 시비 모르로다


다만 손이 성하니 잔 잡기만 하노라


중종의 부마 송인의 작품으로 추 장관이나 윤 총장이 이 시를 일찍 듣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을 것 같은 내용이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회고가(懷古歌)-


야은 길재가 지은 시다. 법무차관, 대검 차창 등 추미애 장관의 측근들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을 거부하고 사직하면서 화려했던 옛날을 회상하는 듯하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올 동 말 동 하여라


김상헌의 시다. 병자호란 때 예조판서로 청나라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다가 인질로 잡혀가며 읊은 노래다.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싸우는 바람에 경제가 거덜 나자 정쟁을 한탄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여태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남구만의 시다. 효종 때 영의정을 역임한 후 낙향하였다. 아귀다툼 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연상된다.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을 손 바위뿐인가 하노라.


윤선도의 시다. 세상 물정을 뒤늦게 깨닫고 철부지 시절을 후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뉘라서 날 늙었다 하던고 늙은이도 이러한가


꽃 보면 반갑고 잔 잡으면 웃음난다


추풍에 흩날리는 백발이야 낸들 어이하리요


-탄로가(嘆老歌)-


연산군 때의 학자 김정구가 지은 시다. 승자도 늙고 패자도 늙기는 마찬가지. 똑 같이 늙어가는 모습이 허망해 보인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 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가 스승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시다. 만사는 흐르는 물처럼 잊히고 만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의 싸움도 한낱 과거로 잊히고, 그 자리에는 낯선 사람들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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