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하는 말이 있다. 6·25 때 못지않게 살기가 힘들다고…. 그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코로나라는 전염병 때문이다. 수많은 전염병이 창궐했지만 코로나처럼 지독한 것은 없었다.


경제는 더 힘들다. 오죽하면 병들어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는가.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단결하는 수밖에 없다. 앞에서 이끄는 지도자도 필요하지만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단속하는 조직도 필요하다.


이런 일을 하기에도 벅찬 검찰이 사분오열하여 싸우고 있다. 법무장관은 검찰총장과 난투극을 벌이고, 지검장은 총장에게 하극상을 하기 일쑤이며, 검사는 법무장관을 향해서 내 목을 치라고 대들고 있다.


총장 계열의 대전지검이 원전폐쇄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장관 측근인 중앙지검은 윤 총장 아내 고발사건을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특수부에 배당했다. 노동판에서도 볼 수 없는 이전투구다.


여권은 정치인 총장이 야당의 청부를 받고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며 총장의 특수 활동비를 문제 삼고 나섰다. 수사·감찰권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후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갈등이 심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도 특이하다.


비슷한 일은 국정감사장에서도 벌어졌다. 윤석열 총장이 여당의 파상공세로 궁지 몰리자 대통령으로부터 임기를 채우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랬는데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총장을 융단 폭격했다.


대통령의 국정을 비판해야 할 야당이 오히려 검찰총장을 엄호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대통령이 두 가지 메시지를 줌으로써 친여세력 간에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에겐 임기를 채우라고 하고, 여권엔 검찰총장을 공격해서 자진사퇴토록 하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흑백을 가려야 한다. 대통령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물어보면 된다. 대통령이 누구를 통해서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 확인하면 끝나는 일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은 하지 않고 청와대는 부적절한 발언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법무장관은 대통령의 성품으로 봐서 비선을 통해서 그런 말을 할 분이 아니라고만 한다.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갈등도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권력싸움이라고 해도 지켜야할 선(線)이 있다.


정세균 총리가 두 사람 간의 갈등으로 국민이 불편해 하는 것을 잘 안다며 논란이 계속되면 총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써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게 상식이다. 권력을 수사하면서도 정권과 화합하는 것도 능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총장은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거나 감찰권만 발동해도 사퇴함으로써 갈등소지를 없앴다.


검찰총장이 사퇴하지 않고 갈등만 부추기면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수습할 수 있는 길이 많은데도 수수방관한다면 국무총리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정세균 총리의 경고는 늦었지만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총리도 나서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해임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임기 전에 해임한 정치적인 책임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법무장관이라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총장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검찰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총리가 해임을 건의할 수 있고, 대통령이 해임할 수도 있다.


대통령도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을 볼 것이고, 틈틈이 TV도 볼 것이다.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지도 알 것이고, 누가 잘하고 못하는 지도 잘 알 것이다.


국민이 얼마나 불편해 하는 지도 느낄 것이고, 국정에 어떤 차질을 빚는지도 잘 알 것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국민이 의아해 할 것이다.


검찰총장이란 자리가 특수하기 때문에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


억측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추(秋)·윤(尹) 갈등의 끝은 뻔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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