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수는 큰일 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다. 앞으로 나가자니 좁은 골목 양쪽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마주 오는 차와 교행할 수가 없다.


후진을 생각해 보지만 그 길이가 무려 100m도 넘는다. 자신의 운전 실력으론 겁이 난다. 대체 청주시장은 왜 존재하는 건가?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인데 도무지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오는 차는 왜 후진하지 않느냐고 경적을 울려대고, 뒤차도 왜 가지 않느냐고 아우성이다. 어떻게 할까? 번뜩 자동차세가 생각난다. 자동차세를 내지 말아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청주시에서 자동차세를 징수하는 것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세금은 징수하면서도 차가 통행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해주지 않는다.


직무유기다. 물론 청주시를 감독하는 도청도 있고 중앙부처도 있지만 문제 삼지 않는다. 시의원도 있고 도의원도 있지만, 이들도 똑같은 불편을 겪으면서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기약도 없이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청주시장을 상대로 자동차세 징수금지 가처분 소송을 하면 어떨까? 그게 법리적으로 맞는지, 효과가 있을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가능한 일을 다 해본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최백수는 조심조심 후진하면서 머리로는 소장을 쓴다. 신청취지부터 써야하는데 어떻게 쓸까? 청주시장이 청주시민에게 자동차세를 징수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을 구합니다, 라고 쓰면 될까?


그럼 신청이유는 뭐라고 쓸까? 무엇보다 차가 통행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자동차세를 징수한다는 것은 불법주차나 교통방해물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그럼에도 2차선 도로 양쪽에 차들이 주차하여 교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청주시가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최백수는 머리로 소장을 쓰면서 손으론 후진을 한다. 겨우 교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커다란 돌덩이가 있다.


다른 차가 주차하지 못하도록 방해물을 갖다 놓은 것이다. 얼마 전 저런 돌덩이에 부딪쳐 차가 망가진 일도 있다.


눈을 돌려 반대편을 보니 그곳엔 식당 간판이 있다. 이런 것들 때문에 교행할 수가 없다. 저런 것들을 방치함으로써 차가 교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직무유기다.


불법주차를 단속하고 교통방해물을 치울 예산이나 인력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때 앞차가 클락숀을 울려댄다. 왜 꾸물거리느냐는 것이다. 느닷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80년대 약관 40세로 충북지사에 부임한 정종택 씨다, 새벽에 일어나 충주?제천에서 조기청소를 하고 도청에 돌아와 참모회의를 했다는 일화다.


이시종 지사가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한범덕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혀 고쳐 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도지사 교육감 시장 경찰서장 등이 거리에서 캠페인이라도 전개한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 때 거리에서 표를 달라고 간청하던 다급함은 보이지 않는다.


전국 어느 도시나 비슷하니 충북도 어쩔 수 없다고 방치하는 것이다.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최백수는 소장을 구상한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본 기사를 떠 올린다. 예산도 충분하고 인력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전국 자자체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돈 풀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돈을 불법주차를 단속하고 교통을 방해하는 돌덩이 입간판 타이어 등을 치우는 일에 투입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방법이 있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세금을 내지 말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후진하고 있는데 차창을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 험상궂게 생긴 놈이 멱살부터 잡는다. 그 바람에 뒤차와 충돌한다.


뒤차에서 내린 놈도 잡아 죽일 듯이 돌진해 온다.


최백수는 이것도 무능한 교통행정 때문이라고 흥분하며 세금을 내지 말아야 할 세 번째 이유라고 손꼽는다.


마땅히 진단서도 소장에 첨부하겠다고 다짐하며 병원으로 향한다.


이래도 안 되면 직무유기로 형사 고소하는 방법도 있다고 상상하면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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