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이 이상하다. 도저히 동맹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냉정하다. 사실 대미무역흑자를 따지기로 하면 중국만큼 많은 나라가 없다. 한국보다 15배나 많은 흑자를 내고 있고, 일본도 3배나 많다.


당연히 무역보복을 한다면 중국이나 일본부터 해야 하는데, 우리가 1번 타자로 매를 맞고 있다. FTA 협정을 개정하자고 들고 나온 것만으로도 서운한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더니 철강제품에 60%의 보복관세까지 매겼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산업에도 무역제제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뿐만도 아니다. 주한미군의 주둔비용도 더 내라고 한다는 것이다. 동맹이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특혜를 주는 것인데 불이익만 준다면 동맹이라고 할 수 없다.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다면 서운할 것도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이 정도로 잘 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란 나라가 있다. 경제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미국 덕분이었다.


미국의 특혜를 받아서 우린 이렇게 성장한 것이다. 한미관계는 동맹이란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혈맹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 혈맹이 왜 이처럼 싸늘하게 변했을까?


그 이유를 알려면 미국은 우릴 어떻게 보고 있는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가장 중시할 수밖에 없다. 몇 년 후엔 국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불안해한다. 어떤 대책을 세울 시기는 지금뿐이 없다는 초조감도 강하다.


그래서 한국을 최대한 활용하려고하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을 감시하는 최전방에 서 있는 초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은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할 수 없다.


요즘은 위성 등으로 거의 감시할 수 있지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 그것을 한국이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하라고 미국은 한국을 도와준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권은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래서 혈맹이란 말을 서슴지 않고 쓰는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특혜를 줬던 것이다. 미국이 태도를 돌변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이 초병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최전방에 있는 초병은 정치적인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초병에겐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어도 전쟁을 거부하거나 협상할 권한은 없다. 그런데 감히 일개 초병이 전쟁을 거부하거나 평화협상을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할까?


미국은 그런 초병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교육을 해서 근무에 충실하도록 하든가, 갈아치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이 초병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걱정할 것이다.


근무 태만만 하는 게 아니라 평화협상도 하겠다고 나선다고 분노할 것이다. 그럼 미국은 어떻게 나올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단은 대략 서너 가지다. 우선 경제적인 제제를 가하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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