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세상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판사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판사를 걱정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뇌물을 받은 판사가 구속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 것은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동료와 막말을 하며 싸우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판사가 그렇게 하면 뉴스거리다. 그만큼 판사는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야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편파적인 인사를 했다는 문제가 불거진 것은 한참 전이었다.


사실 어느 조직이고 정도의 문제이지 블랙리스트 비슷한 것은 존재하는 것이니 법원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대법원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이를 행정처 판사가 보관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일반인이 아니고 판사의 문제이니까 법으로 해결하든가 당사자 간에 합의로 마무리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불법 의혹이 있으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규명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런 절차를 밟지 않으면 불법이다. 당연히 형사고소 대상이고 전 현직 대법원장이라도 수사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법치국가라서 그렇다. 판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는 게 국민인데, 전 현직 대법원장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요즘 판사 전용게시판에는 패가 갈린 판사들이 막말 싸움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런 뉴스를 보면서 큰일 났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판사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불신 때문이다. 판사는 대통령보다도 권위가 높은 신분이다.


누구든 한두 번쯤은 법정에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판사가 입장하면 모두가 일어나서 차렷 자세를 취한다. 판사가 착석해야만 비로소 앉을 수 있다. 판사가 무슨 말을 할 때 순응하지 않고 반항하면 감치를 받을 수도 있다.


감치명령이란 판사의 말 한마디로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다. 누구든 인신구속을 당하려면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게 헌법정신이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검사가 영장청구를 하면 판사가 실질심사를 거쳐서 발부하는 게 영장이다.


구속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도 구속되었었다는 사실을 번복할 수는 없다. 사실상 유무죄를 결정하는 게 구속이다. 그런 결정을 최종적으로 하는 것도 판사다.


이뿐만도 아니다. 판사가 형을 선고하면 아무리 억울해도 감옥에 들어가야 하고, 판사가 사형을 선고하면 하루아침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판사는 곧 법으로 보인다.


예외가 없는 원칙이 없다는 말처럼 판사에게도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 판사가 재량권을 함부로 휘두른다면 판사는 법 위에 군림하는 제왕이 될 수도 있다. 그런 판사가 자신의 일도 법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누가 판사를 신뢰하겠는가.


판사가 불신을 받는다면 세상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판사의 불법행위는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이다. 판사와 쌍벽을 이루는 법조인이 바로 검사다. 아직도 ?판검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판사와 검사를 한 통속으로 본다.


검사도 판사 못지않게 권력을 갖고 있다. 수사는 물론 사법경찰관 지휘권에다 기소권까지 독점하고 있으니 세상은 이를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말한다. 이런 권력이 정의를 위해 바르게 행사되었다면 정치검찰이나 권력의 충견이란 조롱은 받지 않을 것이다.


국민적인 불신이 커지자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한 공수처 신설 문제가 불거졌고,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문제도 대두된 것이다. 판사도 비슷한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판사의 비리를 수사하던 검사가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하면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정당한 사유로 기각했다고 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라고 의심할 것이다. 공정한 수사와 기소를 위해 특별검사가 등장했던 것처럼 판사의 비리를 공정하게 재판할 특별판사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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