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청주시장의 운명이 11월 9일 결정된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대법원이 100만 원 이상을 선고하면 당선무효가 되고, 청주시는 조기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돌이켜보면 이승훈 시장은 2014년 6월 4일 당선된 이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으러 다니느라 직무에 전념할 수 없었다. 선거 재판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적어도 당선 후 6개월 이내에 판결이 나야만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재판 목적은 부정선거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서 당선을 무효로 할 것이냐를 가리는 것이다. 재판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당선 후 1년 이내에 확정되어야만 한다.


4년 임기의 시장이 임기를 거의 마치고 나서 당선무효를 선고한다는 것은 실익은 고사하고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다. 임기의 90% 정도를 채운 시장에게 당선무효를 선고한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보는 것이며, 어떻게 보상받는단 말인가.


결국 임기를 거의 마친 상태에선 어떤 판결을 해도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결론이다. 적시성이 없는 재판이 얼마나 백해무익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뿐만 아니라 재판은 이겨도 망하고 져도 망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의 또 다른 목적은 피소된 단체장의 누명을 벗겨 주는 것이다.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린 단체장은 직무에 전념할 수가 없다. 억울한 누명을 벗겨줌으로써 당당하게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미도 크다.


아무튼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하면 이승훈 시장은 나머지 임기 동안이나마 직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억울하다는 심정은 씻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시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법원에 불려 다니면서 위신이 추락함으로써 시장으로서 권위가 서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허위회계 신고로 벌금 400만 원을, 증빙자료 미제출로 1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을 때만 해도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에 쐐길 박은 것은 항소심이었다. 지난 4월 20일 항소심은 1심보다 형량이 무거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7천460만 원을 선고함으로써 사실상 이승훈 시장의 리더십을 박탈해 버렸다.


요즘 청주시에 온갖 비리가 만연하고, 공직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진 것도 다 이승훈 시장의 리더십 공백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이승훈 시장 취임 초에 대형 수도관이 파열되는 사고로 장기간 단수사태가 발생했고, 지난여름 폭우 때 대응이 부실했던 것도 다 시장의 리더십이 부족했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이승훈 시장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면 시민이 억울해 할 것이다. 자격이 없는 사람을 시장으로 모셨기 때문이다. 그의 행정행위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은 어이가 없을 것이다.


비슷한 피해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재판이란 단순히 선거부정만 따지는 게 아니라 이런 후유증까지도 다 감안해야만 하는 이유다. 아무튼 뒷북재판으로 이승훈 시장은 물론 80만 청주시민이 정신적?물질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막대한 피해를 당했는데도 누구 하나 사법절차의 개선을 촉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승훈 시장의 회계부정 문제는 단순한 것이어서 단 며칠이면 시비를 가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비현실적인 재판절차에 얽매여 임기가 다 끝나가도록 확정을 못 지은 것은 결코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결론은 간단하다. 잘못된 사법절차에 맞추느라 국민이 손해를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선거재판은 전국각지에 부지기수일 것이다. 선거재판을 현실에 맞도록 개혁해야만 하는 당위성이다. 옷이 몸에 맞지 않으면 옷을 바꾸듯이 사법절차가 현실에 맞지 않으면 개혁하는 건 상식이다.


문제는 판사들이 주도권 싸움을 하느라 관심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게 바로 적폐청산이란 사실을 일깨워주고, 사법부가 개혁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건 국민의 몫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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