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광호 한국인터넷뉴스 / 발행인

 

이대한은 지난밤 잠이 오질 않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밤을 지새웠더니 몸이 찌뿌드드하다,

아침 5시 50분, 감방장이 기상 신호와 함께 동시에 일어난다. 6시30분에 있을 일조 점호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이불은 군대식으로 반듯반듯하게 정리해 각자 사물함 위쪽에 정리 정돈한다. 이때 정리 정돈이 잘 안 된 동료에게는 감방장이 교육하거나 기합을 준다.

팔굽혀 펴기 100회 실시, 반성문 1000자 쓰기, 화장실 청소하기 등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기합을 준다. 이 방에서는 감방장의 말이 바로 법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신고식’은 사라졌다.

신고식 하면 영화에서 보았던 죄수가 감방에 들어올 때 첫날 하는 의식을 떠 올린다.

영화에서 신고식은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초입자를 감방 동료들이 구타 등으로 군기를 잡는 광경이 리얼하게 묘사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여자교도소에서 감방 동기들이 첫날 들어온 초입자의 짐을 뒤지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발로 밟는 등, 신고식을 치르고서야 감방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나 ‘신고식’은 이미 사라진 산물로 영화 드라마에서나 흥미 위주로 상영될 뿐, 실질적으로 교도소에서는 신고식이 없어지고 입소하는 날 나이, 출신지, 죄명 등 간단한 자기소개로 끝난다.

이대한은 재소자들이 불과 며칠 간격으로 감방에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초입 재소자에게 강압적인 내용을 강요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다 같이 죄 짓고 들어온 놈들이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누굴 체벌할 수가 있겠는가?

물론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일부 질서는 필요하지만 그 이상 그 이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엔 교도소에서는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가차없이 형벌방인 독방으로 수감된다.

물론 아주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충주에서 항소해 들어 온 임대식이 말을 잘 못하는 장애인 양재구와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양재구가 임대식 보다 선임인 관계로 먼저 양치질과 세면을 하고 나왔는데 칫솔을 두고 나오자, 뒤 차례인 임대식이 칫솔 좀 똑바로 챙기라며 칫솔을 양재구에게 집어 던지고는 때리는 척하며 손을 올리자 양재구가 반사 신경으로 임대식 손목을 잡았다.

“어라, 이 새끼 봐라 나이도 어린새끼가 대들어” 하며 등을 손바닥으로 두서너 차례 가볍게 쳤다.

그냥 겁만 주려고 한 행동이었지만 이를 본 동료들의 시선은 매우 따가웠다.

얼마 후 담당 교도관이 알게 되고 임대식은 교도소 기동 타격대인 CRPT(일명=까마귀)에 인계되어 사실조사를 받고는 형벌 방인 독방으로 수감조치 됐다.

독방에서는 식사를 정량을 주고 면회는 물론, 운동, 종교집회, 라디오 방송과 TV, 신문 등이 제한되며 하루 24시간 감시를 받는다.

감방생활에서 가장 못 견디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인데 하루 24시간 철장에서 누구하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공황상태에서 생활하다보면 우울증과 현실 도피로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것이다.

형벌 수준에 따라 기간이 결정되는데 보통 일주일에서 2주가 보통으로 죄질이 심하면 다른 교도소로 이감시킨다. 물론 독방에서 형벌이 끝나면 다른 방으로 배속된다.

얼마 전 조직 간에 암투가 벌어져 일부 조직원들이 청송교도소와 대전교도소로 이감된 사실도 있다고 했다.

임대식은 일주일을 형벌 방에서 고초를 겪다가 3하 방으로 이동 배치됐다.

임대식이 형벌 방으로 나가던 날 공무원 간부 출신인 방영호가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60대 중반인 방영호는 시청 국장으로 정년 퇴직하고 자기 후배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선거를 돕다가 공직선거법으로 수감됐다,

방영호는 구속된 사실이 신문 방송에서 보도되자 앞으로 어떻게 얼굴 들고 살아 갈 수 있느냐며 고민 고민하다 결국, 아무도 모르게 죽을 결심을 하고는 단식에 돌입했다.

방영호는 밥맛이 없다는 핑계로 밥을 안 먹는 바람에 동료들은 처음 교도소에 들어오면 한번쯤 겪는 과정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목사인 민병식은 생각이 달랐다.

방영호가 3일째 밥을 안 먹자 민병식은 자살을 직감하고 방영호를 위해 새벽 기도를 시작했다.

민병식 역시도 법정 구속되던 날 신자들 앞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 수 있는냐? 며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자기도 조용히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살하려고 해도 자살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어 결국은 단식도 해보았지만 단식으론 자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도소측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빨래 끈이나 화장실에 수건걸이 등, 심지어는 숟갈과 젓가락도 플라스틱으로 사용하는 등, 감방에서 자살에 필요한 물품은 일절 사용치 않아 자살하고 싶어도 자살할 수 없게 끔 교도소측은 미연에 방지하고 있었다.

방영호가 단식으로 자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민병식은 방영호가 하는 방법은 자기가 다 해 본 찌꺼기라고 했다.

민병식은 피의사실 공표로 여러 사람들이 죽고 싶다는 극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검경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이 같은 인권침해가 벌어지는것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한의 생각은 달랐다. 현실을 외면하기 보다는 이러한 사실들을 차곡차곡 취재해 두었다가 사법개혁의 밑거름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기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대한은 피의사실 공표금지 조항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이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피의사실 공표금지 조항은 국민의 명예 및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것인 동시에 범죄수사의 원만한 수행과 공정한 재판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의사실이 공개되었을 때에는 법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피의사실이 공개되는 경우에는 ‘법에 의한 재판’이 ‘여론에 의한 재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되고, 이렇게 되는 경우 법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목사 민병식은 법전을 꺼내들고 관계법을 내보이며 설명한다,

형법 제126조(피의사실 공표)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當)하여 지득(知得)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의사실 공표로 피해를 보았다고 해서 누가 감히 대한민국 공권력에 도전하겠는가? 달걀로 바위치기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피해의식 속에서 참고 살아가자니 항상 억울하다는 생각뿐이다.

민병식 목사는 언론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검찰이나 경찰이 ‘보도자료’로 내 보낸 정보를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 언론에게도 문제는 있다는 것이다.

이대한은 언젠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한마디 한 사실이 생각났다.

피의사실 공표는 “한국 언론이 관행적으로 범해오는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실명을 밝힐 뿐만 아니라 범인 혹은 범법자로 단정하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이는 언론이 피의사실 공표죄의 공범이 되는 셈이다. 당사자들이 소송을 하지 않아서 아직도 이런 부류의 기사가 버젓이 나오지만 외국 언론에서는 위험천만한 보도이다.

예외적으로 공익을 위해서 또 중대한 국민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해 필요하고 그 내용이 진실인 경우에는 피의사실 공표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겠으나 언론으로서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한 피해자와 언론 모두를 위해 이런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더라도 구속되었다는 사실이 신문 방송에 보도되면 범법자로 단정해 사회에서는 평생을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피의사실공표로 피해를 입은 수형자들이 이민 갈 생각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민병식은 “검경에서 여론몰이로 악용되고 있는 피의사실공표는 여러 사람을 죽이는 악법으로 당연히 사법개혁에서 최우선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고 말하고 있다.

단식 8일째인 방영호의 얼굴이 수척해지고 몸을 제대로 못 가누게 되자 교도소가 훌렁 뒤집혔다.

교도관은 주방에서 죽을 써 온다, 의무실에서는 링거를 투여한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병실로 옮겨져 갖은 간호 끝에 1주 만에 회복세를 보이면서 자살소동은 미수에 그치고 말았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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