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광호 한국인터넷뉴스 발행인

감수 : 최종웅 소설가

 

2016년 4월 11일 오전 10시, 청주지방검찰청 503호 검사실은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금방 진눈깨비라도 내릴 것처럼 스산한 날씨에 무슨 일로 아침부터 불렀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피의자 이대한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김혁수 공안검사는 와이셔츠 단추 구멍처럼 가늘게 찢어진 눈으로 이대한을 응시하고 있었다.

40대 중반의 김혁수 검사도 이날 따라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듯 불안해 보였다.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늙수그레한 피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포승줄로 허리와 손목이 묶이고서도 수갑까지 찬 이대한은 무슨 말을 급히 하려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피의자 이대한은 당장 토해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마침내 가슴 속 깊이 맺혀있는 응어리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당신이 대한민국 검사 맞아”

이렇게 말해놓고는 검사 안색을 살폈다. 무엇이 켕겼든지 한 참 만에

“...요?”

자를 붙였다.

자신이 말을 해놓고도 어떻게 그런 말을 했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검사는 자기 귀를 의심하는 듯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이 사람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검사의 표정엔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스쳐 지나갔다.

피의자 이대한은 풍채 좋은 호남형으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인상이다. 그런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김 검사는 예상치 못한 항의에 당황하는 듯했으나 금방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대한도 나름대로 계산을 해봤다.

20대 후반쯤에 사시에 합격해서 10여 년 이상 검사 생활을 했을 것이다.

도둑놈, 사기꾼, 살인자, 마약범, 강간범…. 별별 놈을 다 겪었을 것이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노련한 검사일 것이다.

게다가 검사 중의 검사라는 공안검사가 아닌가. 김 검사는 새우 눈을 크게 뜨고 이대한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그렇게 거칠게 하쇼?”

분명한 질책이지만 은근히 달래는 말투였다.

피의자 이대한은 며칠 전 청주지법에서 있었던 구속적부심사를 떠올렸다.

그날 김 검사가 한 말을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었다. 인격 모독이고 치욕이다.

공익을 대표한다는 검사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며칠 밤을 지새우며 생각해 봐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타고 다니는 그랜저 승용차는 깡통 차이고, 신문도 발행이 잘 안 되는 사이비 언론이라고 했죠? 도주 우려가 있으니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고 영장판사에게 말했죠?”

여기까지 말한 이대한은 길게 한숨을 몰아쉬었다. 전속력으로 언덕을 오른 화물차가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김혁수 검사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감히 피의자가 공안검사에게 또박또박 말대답 하며 대들다니…….

괘씸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당신은 검사죠? 검사는 공익을 대표한다고 했으니 내가 비록 피의자이지만 내 인권도 검사가 지켜줄 의무가 있는 것이죠? 검사가 판사에게 거짓말을 해서 피의자를 구속하려고 하는 것이 검사가 할 일인가요? 그게 공익을 대표한다는 검사가 할 짓인가요?”

이대한은 비로소 후련함을 느꼈다. 이 말을 하지 않고는 화병이 날 것만 같았다.

사실 이대한은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되도록 검사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잘 보여서 감형을 받거나 구속이 되더라도 중간에 보석으로 풀려나고 싶었다.

“법보다 무서운 게 괘씸죄이니 절대 검사에게 대들어선 안 된다.”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다. 면회 오는 사람마다 충고했던 말이다. 결국 그 충고를 어기고 말았다. 설혹 불리한 판결을 받더라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소권을 가진 검사가 판사에게 사실과 다르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날 구속하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아무리 내가 나쁜 놈이라도 검사는 허위사실로 피의자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

그게 민주국가이고 법치국가 아닌가. 그건 결코 검사가 할 짓이 아니다. 아직도 구속적부심사를 받던 날 김혁수 검사가 영장판사에게 했던 말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피의자가 타고 다니는 그랜저 승용차는 깡통 차이고, 신문도 발행이 잘 안 되는 사이비 언론사입니다. 그래서 피의자는 도주 우려가 있습니다. 마땅히 구속해야 합니다.”

그 말이 자꾸 귓전을 울렸다.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돌아갔다. 결국 이대한은 흥분하고 말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순간적인 일이다. 김혁수 검사도 깜짝 놀랐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수사관도 긴장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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