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책 한 권 분량의 신문이 온다. 그 방대한 양을 다 읽을 수 없어서 중요한 기사의 제목만 훑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칼럼이나 사설만은 빼놓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신문의 1면은 그날 기사 중에서 중요한 것만 골라서 진열해 놓은 쇼윈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고객을 유인해서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게 한 다음 다양한 기사들을 정독하게 만드는 상술이다.


그중에서 칼럼은 사용 後記(후기)와 비슷한 것이다. 전문가의 해박한 경륜을 빌려서 독자의 판단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핵심적인 내용을 추려서 결론을 내놓은 게 바로 사설이다.


며칠 전 한 중앙 일간지의 사설을 읽었다. 우리의 경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하고, 정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향후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안에서 밖에서 경제 덮치는 악재들, 정부는 왜 있나' 라는 사설의 일부를 소개한다.


'…(전략)…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조선·섬유·금속·가전 등 주력 제조업들이 정체에 빠졌다. 반도체와 함께 부동의 '투톱'이던 자동차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와 생활 경제도 어둡다.


몇몇 경제 지표가 개선된 것을 근거로 정부는 올해 3%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세금이 더 걷힐 것이란 전제 아래 각종 복지 예산을 엄청나게 늘렸다. 이 상황에서 안보 리스크는 언제든 초대형 경제 악재로 터질 수 있다.


만에 하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경제엔 치명적 타격이다. 산업 경쟁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금융시장마저 요동친다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북한뿐 아니다. 우리의 양대 시장인 미국·중국에서도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 폐기까지 거론했고, 중국의 사드 보복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한·미 FTA의 골격이 흔들릴 경우 대미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 중국의 보복은 자동차·유통·관광·한류 산업 등에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 내 현대차 공장이 한때 멈춰 서고 롯데마트 매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중국 관광객이 끊기면서 면세점들이 면허를 반납하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대외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이중 삼중으로 졸라매는 유례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역할을 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대내외 리스크를 줄이기는커녕 스스로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진원지가 돼버렸다. 대부분 산업과 기업들이 침체에 빠졌는데 최저임금과 대기업 법인세율을 올리고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압박도 가한다. 기업들 부담을 늘리는 정책 일색이다. 그러면서도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 개혁이나 노동 개혁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급작스러운 탈원전과 노동 편향 정책들은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열렸는데도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 산업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공공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과급제도 백지화시켰다.


불투명한 통상임금 기준과 오락가락 법원 판결은 기업들을 불확실성에 떨게 하고 있다. 설상가상 사정 리스크까지 추가됐다. 공정위와 국세청, 검찰·경찰 등이 저마다 기업들을 상대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기업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한다. 경제 환경이 어려웠던 적은 과거에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나라 안과 밖에서 위험이 동시에 덮쳐오고 정부가 그 위험을 증폭시킨 적은 없었다.'


사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왜 사설이라고 하느냐는 점이다. 사전에는 신문을 발행한 사람의 주장이라고 돼있다. 요즘 사설은 발행인의 주장이 아니라 그날의 이슈를 정리해서 결론을 낸 것이다.


한 지역신문은 '우리의 주장' 이라고 한다. 차라리 '오늘의 결론' 이라고 하는 게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까. 제목을 고치면 글을 쓴 사람의 이름도 당연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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