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세 의원이 충북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오 의원도 이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지역사회도 그가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부터 도지사 출마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수구초심이라는 말이다. 여우는 고향을 바라보고 죽는다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고향을 잊지 못하는 본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오제세 의원도 4선까지 했지만 행정가 출신이라는 본직에 대한 애착을 금할 수 없는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청주에서 출생해 청주중, 경기고를 거쳐 서울법대를 졸업했으니 보기 드문 수재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행정고시에 합격해 쭉 엘리트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총리실, 청와대 등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대천·온양·청주·인천광역시 부시장 등을 역임하면서 행정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정계에 진출하여 청주에서만 내리 4선을 한 중진이다. 그가 진로변경을 하지 않으면 5선에 도전할 수밖에 없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국회에서 5선 의원은 원로에 해당한다.


300명이나 되는 의원 중에서 7, 8명에 불과할 정도다. 5선 의원이 할 수 있는 자리는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다. 이렇게 입지가 좁은 것도 그가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일 수 있다.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고 진짜 속셈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수구초심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청주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충북을 이렇게 발전시키고 싶다는 꿈을 키웠을 것이고, 그 꿈을 실현하고 싶은 나이다.


충북지사로서 자질이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당내경쟁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누구보다 이시종 지사가 문제다. 3선 도전에 관해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한 번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지사가 3선을 결심하면 그를 따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7전7승의 선거달인이기 때문이다. 오직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나이가 좀 많다는 점이다. 오제세 의원보다 2살 많으니 어느새 70대 초반이다.


3선에 도전하기는 다소 많지만 은퇴를 해야 할 만큼 노인도 아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시종 지사가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운 좋게 이시종 지사를 넘어선다고 해도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노영민 전 의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노영민 전 의원은 이시종 지사와는 성향이 다른 정치인이다. 나이도 한참 활동할 시기이고, 성격도 적극적이니 잘못하다가는 피투성이가 되는 경쟁을 해야할 수도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중국대사로 내정되었다는 보도만 있었을 뿐 부임일정도 잡혀있지 않다. 한중 관계의 중요성이나 산적한 현안 등을 감안하면 그가 중국대사로 적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더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교체하고 노영민 전 의원은 충북지사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이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늘이 도와서 이런 상황도 잘 넘길 수가 있다면 충북지사는 그의 차지가 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변재일 의원도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사실 변재일 의원도 당내에서 입지가 궁색하기는 오제세 의원 못지않아 보인다.


대선후보 경선 때 안희정 캠프에서 활동한 때문인지 장관 물망에 오르다가 낙마하고 말았다. 어떤 식으로든 활로를 찾고 싶은 심정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오 의원이 천신만고 끝에 당내 경쟁을 뚫고나오면 충북지사는 그의 것일까.


자유한국당이란 경쟁자가 버티고 있으니 이 관문도 돌파해야만 한다. 청주 말고는 지역기반이 약하고, 성실한 의정활동을 했지만 뚜렷한 업적이 적다는 따위의 여론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아무튼 그가 꿈꾸는 충북의 미래는 어떤 세상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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