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키다리 교육감은 무엇을 하고 지낼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선거철이 가까워오기 때문일 것이다. 도지사 선거얘기를 할 때도 이기용 전 교육감이 생각나고, 교육감 선거 향배가 궁금할 때도 근황이 궁금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 선거가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싸우는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선 도지사 선거는 이시종 지사가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데, 민주당 후보로는 오제세 변재일 노영민 등 3,4선 전?현직 의원들이 즐비하다.


그에 대항할만한 보수후보는 하마평만 무성할 뿐 반드시 출마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사람은 없는 상태다. 현역의원으로는 재선의 박덕흠 이종배 경대수 의원 등이 후보로 꼽히지만 당 지지율이 워낙 낮아서 결심을 못 하는 분위기다.


한민구 국방장관 윤진식 전 의읜 등도 거론되지만 이들도 출마를 결심했다는 소린 들리지 않는다. 다만 이기용 전 교육감이 어떤 생각을 갖고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그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윤진식 전 의원과 공천경쟁을 하다가 포기한 후 사실상 지역 정치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소문에 의하면 중국어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거나 가끔 골프장에서 마주친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이렇다 할 보수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출마하면 윤진식이란 거물과 공천경쟁을 하다가 포기했을 때보다는 유리해 보인다. 그렇더라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워낙 낮아서 당선가능성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지역출신으로 청주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3선 교육감을 역임한 경력에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덕을 쌓았으니 낮은 당 지지율을 극복할 수도 있을 거라는 애기도 있긴 하다. 그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교육감 선거판이다. 충북도 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의 김병우(60) 교육감의 재선 도전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반면, 보수 쪽에서는 유력한 대항마가 없는 듯한 분위기라는 보도다. 윤건영(57) 청주교대 총장, 심의보(63) 충청대 교수, 한상윤(63) 전 제천교육장, 손영철(66) 전 교육과학연구원장, 황신모(63) 청주대 교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선거에서 보수후보들은 김병우 교육감보다 7만 8천여 표를 더 얻고도 단일화에 실패함으로써 진보교육감 시대를 열게 했다. 어떻게 하면 보수가 진보를 누르고 당선될 수 있느냐는 묘수를 찾다가 보면 떠오르는 인물이 이기용 전 교육감이다.


3선 교육감을 지낸 경륜 등으로 누구보다 충북교육을 잘 알고 있지만 나이기 문제라는 지적이다. 1945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73세나 되어 선거판에 뛰어들기에는 무리라는 평이다.


그런데도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것은 보수후보를 단일화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충북이라는 지역사회가 좁은데다 교육계라는 울타리는 더 좁으니 난립한 보수후보들과는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작정하고 나서기만 하면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궁금증을 갖고 다이얼을 돌리려다가 그만 두었다. 갑자기 생각나는 글이 있어서였다.


소설가 박완서의 노인 예찬론이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


이기용 전 교육감이 추리닝차림으로 동네를 산책하거나 중국어 공부를 하다가 때가 되면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니하오" 소릴 연발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설마 그런 자유를 감투와 바꾸려고 할만큼 세속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